[조선일보 제공] 북핵문제 해결에 무아마르 알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활용하는 방안이 정부 안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신문이 보도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일일정보’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카다피 원수의 남북한 동시 방문을 추진하고 있으며 리비아측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왜 카다피인가
리비아는 지난 2003년 12월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하고 미국에 모든 핵 개발 관련 정보를 넘겼다. 그 대가로 미국은 경제제재 해제에 착수했고 유럽 각국은 이미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미국은 북한에 이런 리비아식 해법을 요구해왔지만 북한은 거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리비아와 깊은 우호관계를 맺고 있어, 카다피 원수가 직접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설득하면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작년 7월 방한한 미국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현 국무장관)도 “김정일 위원장이 카다피 원수와 이야기를 나눈다면 우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한 바 있다.
NSC 1월14일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바탕위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아라파 주한 리비아 대사와 만나 “카다피 원수가 방한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라파 대사는 “카다피 원수는 북한과 이란 등을 대상으로 ‘평화의 주창자’ 역할을 수행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방한을 적극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호응했다.
◆남북한 동시 방문 추진
NSC 보고 문건에 따르면 아라파 대사는 이날 “카다피 원수가 방한하면 서울을 거쳐 평양을 갈 수 있을 것이며, 북한이 대가를 요구할 경우에는 지불할 능력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방한뿐 아니라 평양 방문까지 엮어서 큰 이벤트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북한에 지급할 대가가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이 면담 뒤인 1월 27일, 중동·아프리카를 순방했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통해 방한을 초청하는 노무현 대통령 친서를 카다피 원수에게 직접 전했다.
카다피 원수는 “적절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겠다”며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남한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취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 “카다피 방한 지금도 추진중”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3일 카다피 원수 방한에 대해 “지금도 여전히 추진중이며 상반기 중은 물론, 카다피 원수 일정만 조정되면 언제든 방문이 성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평양 방문’에 대해서는 “리비아측이 남북 동시 방문에 관심이 있지만 북한 방문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와관련 “북한측이 아직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리비아식 핵무기 해법을 거부해온 북한이 카다피 원수 방문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카다피 원수를 만나는 것은 미국 요구를 들어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위기 국면을 조성하려는 지금 북한 상황에선 적합하지 않으리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