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대 자율에 맡긴 휴학 승인, 의료계도 대화 나서야

  • 등록 2024-10-31 오전 5:00:00

    수정 2024-10-31 오전 5:00:00

교육부가 9개월째 수업을 거부해 온 의대생들의 휴학계 승인을 각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의료계와 대학들로부터 조건 없는 휴학을 승인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자 ‘내년 1학기 복귀’라는 기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동맹 휴학을 전면 허용한다는 메시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학사 파행을 막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게 대학들의 반응이다. 정부가 대학 총장과 종교계 등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용해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정부는 그동안 “동맹 휴학 불가”라는 원칙에서 의대생 휴학계 승인을 막았다. 하지만 전국 의대의 2학기 등록률은 3.4%에 그쳤다. 올해는 수업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수치다. 내년 1학기 수업 복귀를 약속하지 않는 의대생은 유급이나 제적을 시키겠다는 정부 방침이 효과를 내지 못한 채 의대생들만 더 자극했을 수 있다.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가 엊그제 “휴학원의 대학별 자율 승인이 내년도 학생 복귀의 선결 조건이라는 인식을 정부가 대학과 함께해달라”고 밝힌 것은 행정편의주의로 문제를 풀려는 발상은 안 된다고 촉구한 것이나 다름없다.

교육부가 한발 물러선 입장을 취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엔 청신호가 켜졌다.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지난 22일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제시한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대한의학회의 요구에 정부가 ‘예스’ 사인을 보낸 이상 대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어서다. 열쇠는 여·야·의·정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과 이를 위한 당국자 사과, 문책 등 정부의 추가 조치와 의료계의 양보, 대화 노력에 달려 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한 피해는 의료계와 의대생들만 입은 것이 아니다. 환자들이 겪은 고통과 공포 등에 비하면 이들의 피해는 더 작을 수 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월 넉 달간 발생한 초과 사망자만도 1700명에 달했다고 최근 밝혔다. 전공의 1만여 명과 의대생 2만여 명이 병원과 학교를 떠난 한국 의료계는 이대로 가면 시스템 붕괴를 피할 수 없다. 정부의 결자해지 자세도 중요하지만 의료계도 이제는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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