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건이 터졌다. 단체 채팅방 이용자들이 지역·학교별로 지인 여성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합성한 음란물을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교에 이어 중·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상당수는 미성년 여학생들이다. 각각의 채팅방 참여자는 1000명이 넘는다.
한 유명 딥페이크 성착취물 채팅방은 전 세계 참여자가 22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여성 사진을 올리면 인공지능(AI) 봇이 다양한 수위의 나체 사진으로 만들어 준다고 한다. 채팅방 참여자 가운데는 한국인도 상당 비중으로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길에서 마주치는 택시만큼이나 성범죄자가 우리 곁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딥페이크 영상을 공유하는 참여자들은 텔레그램의 익명성 뒤에 숨어 지인의 사진을 음란한 모습으로 합성해 공유하며 즐겼다. 죄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메스꺼운 행위다. 이들에게는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AI 기술을 활용한 ‘재미있는 놀이’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올해 다시 화제가 됐다. 가해자 119명 가운데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성인이 된 이들은 평온하게 일상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아직까지 이 사건이 회자되는 것은 경찰의 부실한 수사와 터무니없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명백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수사와 건전한 디지털 문화 교육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말로 그쳐서는 안 된다. 관련 기관과 부처가 디지털 성범죄의 뿌리를 뽑겠다는 각오로 경각심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 텔레그램 서버가 해외에 있어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거나 영상물이 실제가 아닌 ‘페이크’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끔찍한 집단 성폭행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