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도 안되는 전기요금 언제까지?…"환경비용 반영 개편해야"

[불댕긴전기요금개편①]
탄소중립 선언에도 전기요금 개편은 '감감무소식'
'새 요금제=요금인상'…여론 뭇매 우려 몸사려
"요금 현실화 위한 사회·국민적 합의 모색해야"
  • 등록 2020-12-14 오전 5:00:00

    수정 2020-12-14 오후 12:03:13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난달 23일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중장기 국민 정책 제안’을 통해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 50% 이상 반영하는 등 환경 비용과 연료비 변동을 연계하는 전기 요금제 도입을 제시해 요금제 개편 논의에 불을 댕겼다.

정부는 전 세계가 기후 위기에 대비해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흐름에 따라 미국과 저탄소·탄소 중립 분야로까지 표준 협력을 확대해 친환경 표준화 공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지난 7일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안’에 이어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개편 논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요금제 개편=전기료 인상 인식에 수년째 표류

정부 관계자는 13일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한 환경요금 분리부과제와 연료비에 따라 전기료를 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등 다각적으로 새 전기요금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러한 위기감에 공감하고 있지만 유독 전기료 개편에는 소극적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전기료를 일종의 공공재 제공에 대한 세금이라고 인식하고 물가관리의 중요한 항목으로 관리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위해 지난 2011년 시행 지침까지 만들었으나 2014년 고물가관리대책에 막혀 폐기처분했다.

정부는 산업구조가 고탄소에서 저탄소로 바뀌고 석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산업계의 부담증가와 경쟁력 약화를 먼저 우려한다. 전기요금, 난방비 등 공공요금 상승으로 전반적인 물가상승이 고민스러운 과제다. ‘탄소제로’는 시급하지만 전기요금은 정책·정치적 고려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전기요금 개편 시기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소득분배라든가 물가라든가 산업경쟁력이라든가 여러 가지 미치는 영향이 다각적으로 있어 이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규제에 원가 미만 적자로 전기 공급

국내 전기요금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정부 개입이 가격왜곡을 일으키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난 2016년 이후 연료가격은 상승했지만 전기요금 소비자 판매단가는 하락했다. 발전원가와 판매단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인데 비용이나 수급보다는 정책적 또는 정치적 영향이 작용한 결과다.

전기요금이 원가회수율 80% 미만 수준으로 하락한 적도 있다. 2005년에서 2019년까지 15년 동안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이 100을 초과한 것은 2014~2017년의 4년간뿐이었다. 2018년에는 원가회수율이 다시 94.1%로 하락했다. 정부의 규제로 발전 사업자가 계속 적자를 보면서 전기를 공급했다는 의미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전비용과 정책비용(배출권 거래비용, RPS 비용 등)을 소비자 요금에 반영하는 요금제를 도입해야 하지만 정책·정치적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며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비용을 비롯한 각종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고 원전과 관련한 비용 등도 전향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주요국 에너지관리청(자료=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
◇전기위원회 확대 개편해 새 요금개편안 마련해야


상황이 이렇지만 정치권도 정부의 태도만큼이나 전기요금 개편을 두고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전기요금 개편=요금인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어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여당 한 의원은 “대한민국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탈석탄·탈원전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의 시대에 신재생에너지를 웃돈 주고 써야 한다는 당위성을 국민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고 설명하기에도 상당히 높은 벽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주민수용성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10년 가까이 지체하고 있다”며 “전기료 개편은 주민수용성 문제를 넘어선 국민수용성의 문제로 파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원스톱숍’ 설치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독립된 기구를 설치해 전기요금 개편의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기요금은 한국전력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면 산업부는 관련 전문위원회의 자문,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가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 결정기구인 전기위원회의 실질적인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데 있어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한 제3의 기관에서 심의·의결하는 ‘거버넌스(국가의 업무를 관리하기 위해 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는 국정관리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실제로 국내에선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업자 비용구조 검증과 요금조정 인가, 갈등 조정 등을 수행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전기위원회에 실질적인 전기요금 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위원 구성·역할의 독립성을 강화함으로써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연방 에너지규제위원회(PUC)나 영국 가스·전력시장 위원회(GEMA) 등처럼 전기위원회를 독립적 에너지규제위원회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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