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직접 참석…'정비사업 총회 규정' 손봐야”

시공사 선정때 조합원 과반수 참석
자칫하다간 집단 감연 위험성 높여
“전자투표 방식 전환 고민해야”
  • 등록 2020-03-12 오전 6:00:00

    수정 2020-03-12 오전 6:00:00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총회 개최가 지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에 열린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 정기총회 모습.(사진=독자 제공)
[이데일리 정두리·박민 기자] “총회 ‘직접 출석’을 못 박은 현행 법령을 개선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이 기약 없어지면서 부동산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개월내 종식 될 것으로 예상했던 코로나19가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종식만을 기다리다가는 각종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재개발·재건축사업 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3개월 이상 연기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고 11일 밝혔다. 약 50일 앞으로 다가온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조합 측이 무리하게 총회를 강행하고 있어 이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이 걱정된다는 취지다.

일부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총회를 강행하는 이유는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에 총회를 거쳐 4월 28일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관할 지자체에 신청해야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어서다.

이밖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앞둔 사업장 역시 강행을 고집하고 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과 국토교통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총회에는 조합원의 과반수(대리인 포함)가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예컨대 1000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사업장이라면 501명이 총회에 직접 참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충북 청주의 사직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오는 14일로 예정된 정기총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청주시로부터 총회 연기를 권고 받았지만 사업적인 측면에서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감염 확산 우려를 줄이고자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총회를 열기로 하고 방역 대책도 세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도 4월 초로 예정한 시공사 선정 총회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매일 늘어나고 있지만 전날 대비 증가율은 줄어들고 있어 4월에는 잠잠해질 것이라고 예상해서다. 특히 이주비 이자만 한 달에 4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시공사 선정을 늦출 수 없다는 의견이 조합 내에서 다수를 차지했다. 강남구 개포1단지 조합도 이달 30일 인근 개포중학교 운동장에서 총회를 열 계획이다.

미래도시시민연대는 국토부에 낸 탄원서에서 “수 천명이 참석하는 총회에 이어 수 만명이 참관하는 모델하우스 행사까지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확산사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선행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집회 금지 조치와 집회장 대관 거부로 안정적인 총회 개최는 현실적으로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미래도시시민연대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조합원 수가 각각 6217명, 5133명에 달한다. 조합원의 총회 불출석률은 20% 남짓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조합에 총회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김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조합경영지원단장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을 3개월 정도 추가연기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추가로 유예를 받을 수 있는 조합은 없다”며 “첨예한 대립과 과격한 충돌이 예견되는 총회를 강행할 경우 ‘코로나19 집단 감염과 전국 확산’ 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아직은 미온적인 반응에 그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갈수록 재건축·재개발 현장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참에 재건축 재개발·조합 총회의 ‘직접출석’을 못 박은 현행 법령을 전자투표가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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