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회가 9년째 표류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안(금소법) 심사를 다음달 중순부터 본격화한다. 동양 사태와 키코(KIKO) 사태에 이어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대란까지 금융소비자 분쟁이 반복되면서 이번에는 기본법 제정을 통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으면서다. 금소법은 여야간 이견이 거의 없어 이르면 연내 처리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 심사 나서면 연내 처리 가능”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다음달 중순께 법안소위를 열어 금소법을 진지하게 다룰 것”이라며 “그 이후로도 한 달에 한 번꼴로는 소위를 열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금소법 제정은 여야간 입장차가 크지 않고 (세부 내용을 두고) 서로 논쟁을 많이 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유 의원은 22일 열리는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해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을 새로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소위원장은 논의할 법안 안건과 순서를 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금소법은 가장 최근인 지난 14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후순위(21~25번)로 밀려 시간 제약상 다뤄지지 못했다. 국회(정무위 법안소위원장)와 정부(금융위원회)의 처리 의지가 강한 데다 최근 DLS 쇼크까지 터지면서 금소법 처리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와 여야가 금소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자본시장 발달로 복잡한 파생상품이 난립하면서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간 정보 비대칭이 심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키코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 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상품을 말한다. 선진국 채권금리 변동과 연계된 이번 DLS 사태와 흡사한 구조다. DLS 사태의 핵심 쟁점도 불완전판매 여부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본법은 아직 국내에 없다. 건전성 규제에 초점을 두는 개별 금융업권법에 부수 조항으로 규율돼 있는 정도다.
금융업계 촉각…“제정 후 영향 예의주시”
현재 정무위에 계류된 법안은 정부안을 비롯한 5건이다. 이종걸·박용진·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골자는 비슷하다. 정부안을 보면, 설명의무 등을 위반해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고의 또는 과실 여부, 손해액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금융사의 손해배상책임 강화안 등이 담겨 있다. △금융소비자의 청약철회권 및 계약해지권 도입 △금융사의 과징금 제도 도입 △금융위원회 산하에 금융소비자정책위원회 설치 등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안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정부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빠져있어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데 실질적인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것도 알맹이 없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금융업계는 국회의 금소법 심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DLS 대란으로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금소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금융업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