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월 17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성급한 기대에 대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며 속도조절과 여건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건 마련은 여러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먼저 ‘핵을 가진 자와 어떻게 악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핵불용원칙’을 견지해 왔다. 그런데 북한은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핵보유국이란 ‘전략국가’ 지위를 가지고 평화공존을 위한 남북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
북한은 북·미 대결구도를 ‘우리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로 바꾸려는 의도에서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내밀었다. 따라서 여건조성 없이 조건 없는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때문에 비핵화와 관련한 큰 그림을 마련하고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말로’ 선언하고 추가도발을 자제하는 것도 북·미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2월 12일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 북측이 핵시험이나 탄도로켓트시험발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얼마동안 추가도발을 하지 않는 것을 대화희망의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주장을 해왔는데 이에 화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타격이든 제재압박이든 대결모략소동이든 모든 것에 다 대처할 다양한 안이 준비되어 있다(노동신문, 2월 10일)”고 주장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급해질 것은 다름 아닌 미국(노동신문, 2월 17일)”이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내밀고 북·미대화가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김여정 특사의 방남 결과를 보도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의 의중과 미국 측의 동향”을 보고 받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볼 때 북한도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편 북한이 생각하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여건은 북한식 ‘쌍중단’ 차원에서 요구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연습 중지문제다. 북한은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하는 대신 올림픽 기간 미뤄뒀던 군사연습을 포함에서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하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한미는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행위를 중단하는 대가로 합법적인 군사연습을 중단하는 것은 등가성에 어긋나는 부도덕한 행위라며 거부해왔다.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첫 번째 고비를 넘을 수 있을지 여부는 미뤄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