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군의 오리농가에서 검출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 H5N6형으로 확진됐다고 한다. 가금류 폐사율이 거의 100%에 이를 만큼 치명적으로, 지난해 겨울 3800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는 등 1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낳은 병원체와 같은 유형의 바이러스다. 악몽이 되풀이되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 크다.
정부는 즉각 AI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높이는 등 AI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초동방역에 나섰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전국 모든 가금류 종사자와 차량에 대해 48시간 동안 이동중지 명령도 발동했다. 이 조치에 따라 모든 가금농가 및 차량에 대해 일제 소독이 실시되는 것은 물론 전통시장에서의 병아리 판매도 전면 금지된다.
하지만 정부의 특별방역대책에도 불구하고 고병원성 AI가 또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덥지 못하다. 그동안 AI가 발생하거나 발생 소지가 있을 때만 가동했던 긴급예방체계를 상시예방체계로 전환하는 방역종합대책이 새로 마련된 게 지난 9월의 일이다. 10월부터는 모든 관련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특별방역대책에 들어갔다. 이처럼 철저한 방역 태세를 갖췄다고 했지만 구멍이 뚫린 셈이다.
AI 바이러스는 추운 날씨에 더 활성화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계절적으로 겨울을 앞두고 확산 위험이 더 크다는 얘기다. 자칫 지난해 겨울처럼 전국으로 퍼질 경우 농가 피해도 피해지만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AI 방역에 따른 이동제한 등으로 진행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국가 체면이 깎이는 것은 물론이고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초동대처에 실패해 피해를 키운 지난해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가금류 사육농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철새가 옮기는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막기란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초기에 대응을 잘하면 추가 확산을 막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