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거듭했던 한중관계가 서서히 풀리고 있다. 지난달 종료될 것으로 보였던 한중 통화스와프가 가까스로 연장되더니 중국의 19차 공산당 대회가 끝나자 한국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은 시진핑 정부 2기 출범과 함께 미국에 대항할 만한 글로벌 리더십의 국가, 형님 외교를 하겠다고 선포했다. 우리 정부 역시 중국의 변화를 눈치채고 빠르게 접촉했다.
결국 한국과 중국 양국은 지난달 31일 교류정상화에 합의하는 선언문을 게재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을 재차 확인했고 모든 외교 수단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지속해서 추진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며 ‘“양국의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원래 사드 배치 목적에 따라 제 3국을 겨냥하지 않고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훼손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말했다”고 언급했다. 최근 일 년간 한중 관계를 옥죄여 온 사드 문제에 대해 양국이 이해관계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겨울이 되면 정치권뿐만 아니라 문화 및 관광의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평창 동계올림픽 바로 다음 동계올림픽이 베이징에서 열리는 만큼 중국 스포츠계, 관광업계 인사들이 대거로 한국에 몰려올 전망이다.
하지만 벌써 노심초사할 필요는 없다. 지난 일 년간의 사드 위기를 지나며 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이제 전과 다르게 어떤 새로운 걸음을 걸어야 할 지는 우리의 몫이다. 중국을 그저 기회의 시장이라 볼 때는 이미 지났고 한국에서 유행이 됐던 물건들을 팔고 이미 성공했던 서비스를 제공해서 중국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는 시대도 이젠 지났다. 다행히도 우리는 이번 위기를 통해 한국과 중국이 얼마나 다른 나라인지, 또 중국에 기대기만 하면 얼마나 쓰라린 결과가 나오는지 우리는 배웠다. 그 배움은 분명 앞으로 한중관계를 모색할 때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