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보다 마스크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질환, 약제 처방 받아 예방 가능
황사 속 오염물질, 중금속 함유… 염증 악화, 폐 기능 감소 유발
  • 등록 2017-03-21 오전 5:34:05

    수정 2017-03-27 오전 9:47:58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다시는 되살아날 것 같지 않던 낡은 고목에서 신기하게도 연초록빛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봄이 가진 위대한 생명의 힘을 실감한다. 그러나 건강의 측면에서 봄은 그렇게 녹녹한 계절이 아니다. ‘생명의 계절’ 운운하지만 실제로 봄철에는 생기는 질병도 많고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더 많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사람들의 건강상태가 더 악화되는 원인이 무엇일까?

◇꽃 피기 시작하면 알레르성 질환 악화 위험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봄이 깊어지면서 꽃이 피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꽃가루에 의해 악화될 위험이 높아진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천식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꽃피는 봄철이 고통의 시간이다.

분당 차병원 호흡기센터 김미애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이란 것이 완전히 치료하기가 힘든 병인만큼 한동안 괜찮게 지내던 사람들이 봄철을 시작으로 다시 재발하고 악화되는 순환을 겪는 것”이라며 “봄에 호흡기 질환이 많아지고 악화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꽃가루 날리는 시기에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외출을 할 때는 가능하면 안경, 마스크, 모자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외출 후에는 옷을 털고 집안으로 들어오도록 하며, 손을 잘 씻고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바람이 강한 맑은 날에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데 이때는 창문을 열지 않도록 하고, 침구류도 밖에 널어 말리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런 회피만으로는 증상을 완전히 낫게 할 수 없으므로 예방약이나 치료약을 사용하게 된다. 환자마다 증상의 중증도 에 따라 효과 있는 치료 방법이 다르므로 반드시 알레르기 전문의사와 상의하여 환자 자신에게 맞는 맞춤치료를 해야 한다.

◇황사 시작, 만성호흡기질환자는 유의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황사. 황사는 흡연자에 주로 발생하는 만성 기관지염의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하며, 호흡기 면역기능이 약하고 폐활량이 작은 노인과 영아에게 폐렴과 같은 호흡기 감염을 쉽게 발생시키기도 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자에게는 폐활량을 저하시켜 급성 호흡 부전증을 유발하여 일부 환자는 이로 인하여 사망하는 수도 있으며,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산소 공급의 부족으로 인하여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김미애 교수는 “평소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같은 만성 기관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봄철 황사가 올 경우 더욱 평소 사용하던 흡입제나 증상조절제를 더욱 잘 사용하여 증상 악화가 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며 “벤토린과 같은 비상용 흡입제도 외출 시 소지하고 다녀야 호흡곤란과 같은 갑작스러운 증상 악화가 생길 경우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사철에는 비염 환자 또한 재채기, 콧물, 코막힘, 콧물의 목뒤 넘김(후비루)이 심해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할 경우 항히스타민제나 비강내 스테로이드제 분무와 같은 비염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졸리거나 입이 마르는 이상 반응을 경험할 수도 있다. 코막힘이 심할 경우 코점막 충혈을 완화하기 위해 혈관수축제를 콧속에 뿌리기도 하지만 일주일 이상 사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황사현상 및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특별한 대비책은 없다. 노약자와 유·소아는 봄철에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외출 후에는 반드시 노출부위를 깨끗이 씻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물을 많이 마신다. 기도, 기관지의 점액섬모는 미세분질을 입 쪽으로 끌어올려 배출시키는데 구강과 기관지가 건조해지면 이 기능이 상실된다. 그리고 분진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급적 코로 숨을 쉬는 것이 좋다.

◇황사, 알레르기성 결막염 일으켜

공해물질이 포함된 황사가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눈이 가렵고 눈물이 많이 나며 빨갛게 충혈되며 눈에 뭔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을 느끼는 것이 주된 증상이다. 눈을 비비면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고 증세가 심할 경우 흰자위가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또한 황사 현상 시 건조해진 실내공기와 겹치면서 안구건조증을 심화시키는 등 각종 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때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상책이다. 분당 차병원 안과 남상민 교수는 “그래도 증상의 호전이 없으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처방에 따라 안약을 써야 한다”며 “함부로 자가 진단해 안약을 장기간 사용하면 녹내장이나 백내장 등 더 큰 병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사현상이 심할 때는 황사로 인한 안질환과 호흡기 질환 등을 피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잘 지켜야 한다.

① 콘택트렌즈를 빼고 안경을 쓴다.

② 출입문과 창문을 닫아 먼지 유입을 막는다.

③ 외출 후 손발을 씻고 양치질을 한다.

④ 운동. 등산 같은 격렬한 실외 활동을 피한다.

⑤ 실외 활동 시 마스크와 안경 등을 착용한다.

⑥ 진공청소기를 사용하여 평소보다 자주 실내 청소를 자주한다.

⑦ 황사가 지나간 후 집 안팎을 물청소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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