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지속될지 의문이다

  • 등록 2016-07-06 오전 6:00:00

    수정 2016-07-06 오전 7:48:45

정부가 새로 만든 국가브랜드라며 ‘CREATiVE KOREA(창의 한국)’를 선보였다. 대(對)국민 공모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로 도출된 ‘창의’, ‘열정’, ‘화합’ 가운데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치로 ‘창의’를 선택했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명이다.

문체부는 새 국가브랜드가 만들어진 만큼 앞으로 국내외에서 이를 적극 홍보할 방침이라고 한다. 내달 열리는 리우올림픽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제행사에서도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KBS 인기연속극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인 송중기·송혜교와 바둑기사 이세돌, 피아니스트 조성진, 남성 5인조 빅뱅 등이 출연하는 홍보 영상을 CNN이나 BBC 등 외국 매체에서 방영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하지만 세간의 반응은 영 신통찮다. 무엇보다 전혀 창의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문체부가 내세우는 ‘한국다움’의 근거를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런 뜬구름 잡기 식의 추상적 구호로 세계에서 과연 통하겠느냐는 힐난이 쏟아진다. 얼마 전 ‘I. Seoul. You.’라는 해괴망측한 구호로 국내외에서 두루 망신당한 서울시를 본받으려고 작정이라도 했단 말인가. ‘CREATiVE’에서 ‘i’는 영어 소문자가 아니라 천지인(天地人)의 ‘인’이란 대목에선 지나가는 소도 웃을 노릇이다.

지속성도 의문이다. 전임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고, 국내외에서 가시적 성과도 꽤 있었던 ‘녹색 성장’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현 정부가 임기를 1년 반 남짓 남겨 놓고 내놓은 구호를 다음 정부에서 이어받으리라고 기대한다면 어리석거나 오만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국가브랜드가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와 혼동된다는 지적에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천연덕스럽게 응수했지만 이번 새 국가브랜드도 미래창조과학부나 창조경제처럼 박근혜정부의 임기 종료와 함께 용도 폐기될 공산이 크다.

사족(蛇足) 같지만 어문정책의 주무 부처인 문체부가 ‘한국다움’을 내세우는 자리에서조차 ‘크리에이티브’, ‘브랜드’, ‘이미지’, ‘로고’, ‘키워드’, ‘슬로건’ 등의 외래어를 마구 쏟아내는 것도 몹시 마뜩잖다. 무책임 행정의 표본이나 다름없다. 국어 사랑이 국민에게만 강조할 덕목은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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