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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복 차림인데 고무신은 없다. 대신 12㎝는 넘어 보이는 통굽의 검정색 구두를 신었다. ‘치마+저고리=한 벌’이란 공식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위아래가 연결된 원피스처럼 보이는 한복의 소매폭은 양복처럼 좁았고 무릎까지 오는 꽃무늬 치맛자락이 가을바람에 하늘거린다.
지난주 서울 중구 명동 입구. 외국인이 가장 많다는 시내 한복판에 한복을 입고 등장한 권미루(35)·엄진우(23)·정원희(23) 씨의 첫인상은 낯선 만큼이나 강렬했다. 한복이 좋아 인연을 맺었다는 이들은 한복차림으로 버스·지하철 대중교통은 기본이고, 술집·당구장·놀이공원·승마·패러글라이딩에다가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까지 다녀왔다는 한복 마니아들이다. 비영리단체 한복놀이단의 단원인 이들의 신분은 회사원과 학생. 한복놀이단은 2011년 한복의 장점을 알리면서 놀고 즐기자는 취지로 꾸린 뒤 지금은 전국 초등학교를 돌며 한복교육을 펼치는가 하면 한복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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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만 달라진 게 아니다. 소재와 문양도 달라졌다. 트위드는 물론이고 데님, 리넨, 면, 레이스 소재에다가 ‘스펀지밥’ 문양까지 나왔다. 제대로 갖춰 입으려면 60만~100만원을 호가하던 가격도 10분의 1로 떨어졌다. 기성복 사이즈에 맞춰 제작해 7만~17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고 세탁·관리도 간편해졌다.
“3~4년 전만 해도 한복입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친구들조차 ‘무당이냐’ ‘기생 같다’며 핀잔을 줬다. ‘한복엔 머리를 단정히 해야지’ ‘운동화는 뭐냐’며 지적하는 어른도 많았다”(권). 하지만 요즘은 “예쁘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단다. “한복을 대하는 젊은이나 어른들의 태도와 시선이 달라졌다. 예전엔 쇼 혹은 곧 사그라질 유행으로 치부했다면 지금은 전보다 편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대여점은 물론 온라인쇼핑몰도 많이 생겼다. 브랜드 중에 ‘짝퉁’까지 등장할 정도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는 증거다”(엄·정).
다만 튀려고 한복여행을 한다거나 코스프레의 일종으로 보는 시선은 안타깝단다. 권씨는 “그냥 예뻐서 입는 건데 아직도 고름은 어떻고 동정은 어때야 한다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며 아쉬워한다. “일본의 전통의상 기모노를 보면 여미는 방식의 상의를 통틀어 ‘기모노’로 인식한다. 민족주의적 의무감을 덧씌우는 것도 아쉽다. 한복을 입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외국인의 찬사를 많이 들었다. 한복이 갈 길은 무궁무진하다, 그냥 옷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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