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만 해도 ‘해양플랜트’의 위상은 빛났다. 글로벌 업체의 유전개발이 이어지며 해양플랜트의 수요는 커졌다. 국내 빅3 조선업체는 경쟁적으로 수주에 임했다. ‘세계 최대’라는 이름표를 달기 위한 빅3의 자존심 대결 역시 거셌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해양플랜트의 건조 마진은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에서 형성됐던 것. 예상 손실을 이미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 지연 가능성까지 이어졌다. 충당금을 충분히 설정하지 못한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사양 변경까지 나타나며 추가 손실도 나왔다.
이 가운데 선박대금의 결제방식 역시 조선업의 재무구조를 망가뜨렸다. 선박건조과정은 계약-스틸 커팅(Steel Cutting)-탑재-진수-인도 등 5단계로 분류되는데 헤비테일은 인도시 건조대금의 50% 이상이 지급된다. 글로벌 금융우기 이후 계약과 설계 단계에서는 5~10% 수준의 금액만 지급하고 인도시 70~80% 이상의 금액을 지급하는 경우도 많은 상황. 이에 따라 조선사는 선수금 감소와 건조기간 발생하는 매출 채권 증가에 부딪히게 됐다. 특히 국내 빅3가 경쟁적으로 수주에 나섰던 해양플랜트는 선수율이 낮고 건조기간이 길어 헤비테일에 가깝다.
다만 헤비테일 방식의 수주가 90% 이상이지만 한 사이클이 돌며 운전자금 확대는 제한적이다. 또 조선사들의 선별 수주 노력이 나타나며 70~80%로 높아졌던 인도시 지급비중은 60~70%로 다소 내려온 상황이다.
우려가 제기된다 해도 해양플랜트가 가진 경쟁력과 상징성 역시 여전하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긴 하지만 초도 건조물량에 대한 학습비용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또 후발 경쟁국의 도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도 규모나 품질, 신뢰도에서 아직 국내 조선 빅3의 경쟁력은 건재하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1회 SRE는 2015년 5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문의: stock@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