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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녹음으로 물들기 전 산에는 봄꽃이 핀다. 꽃은 봄의 물감이다. 무채색의 겨울을 보내고 개나리와 진달래, 동백, 벚꽃, 철쭉 등이 울긋불긋 온 산을 색칠하며 화사한 분위기를 만든다. 하지만 황사와 미세먼지로 꽃을 보러 가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다. 대신 화가들의 캔버스에는 새봄의 분위기가 가득하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차단된 안전한 실내에서 ‘꽃나들이’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30일까지 열리는 ‘무스타파 훌루시’ 전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14일까지 열리는 ‘김정수 개인전’이 봄기운을 가득 품고 관람객을 맞고 있다.
△파란 눈에 비친 봄꽃들의 아름다움
얼핏 보면 사진 같다. 작품에 다가가 자세히 보면 분명 그림이다. 아직 정상에 흰 눈이 쌓여 있는 제주 한라산 백록담을 배경으로 들판에 핀 흰 꽃이 눈에 들어온다. 연분홍 철쭉의 모습도 가득 담겨 있다. 단아한 빛의 흰동백에 들뜬 봄바람에도 기품이 보인다. 언 땅을 뚫고 나온 자줏빛 야생화의 자태는 봄의 생동감을 감추지 못한다.
영국작가 무스타파 훌루시(44)는 유럽에서는 개념미술작가로 유명하다. 영국에서 태어난 터키계 키프로스인으로 영국 골든스미스칼리지에서 순수미술과 비평을 전공했고 왕립미술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에 키프로스 공화국 대표로 참가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훌루시가 국내서 두 번째로 여는 개인전은 훌루시가 ‘화가’로서의 실력을 발휘한 회화 30여점을 볼 수 있는 전시다. 훌루시는 2013년 한국에 머물며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의 국립공원을 순례했다. 그 여행길에 본 여러 꽃과 감귤, 석류 같은 과일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사진 같이 묘사한 극사실화다. 전시는 또 극사실화와 더불어 그가 그린 추상화도 병행해 같이 배치했는데, 덕분에 같은 소재로 그린 구상과 추상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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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상징 ‘진달래’ 고봉에 담다
“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바로 진달래다. 진달래는 철쭉과 다른 우리 고유의 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화가들은 진달래를 많이 그리지 않았다. 아마 봄볕을 받으면 반투명해지는 연분홍빛을 담아내기 어려워서였을 거다.”
충고를 받아들인 김 화백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찾기 위해 한국의 소설과 시를 섭렵했다. 그 결과 봄소식을 알리는 진달래가 가장 한국적인 소재라는 확신이 들었다. 더군다나 진달래는 자식들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는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과 겹쳤다. 하지만 ‘진달래색’을 내기가 어려웠다. 병이 날 정도로 몰두한 결과, 색이 바라지 않는 분홍색을 찾아내기에 이른다. 2004년 첫선을 보인 진달래 연작은 어느덧 작가의 분신이 됐고 작가에게 부와 명성을 안겨줬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식을 위해 자신은 굶어도 고봉밥을 퍼주었던 어머니들의 마음을 담은 ‘축복’ 시리즈를 주축으로 100호 이상의 대작 10여점과 60호, 40호, 30호 등의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우리 어머니들은 봄에 핀 진달래를 보며 고단한 삶 속에서도 여성으로서의 감성을 투영시켰을 것”이라며 “이 땅의 어머니들에게 헌화한다는 심정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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