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자산시장 대붕괴설’이다. 미국의 해리 S. 덴트는 ‘버블룸’이라는 책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부동산과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자산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연금이 서로 독립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이라는 단일 거대연금이 운용되고 있어 더욱 리스크가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덩치가 커질 대로 커진 국민연금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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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비중이 커지면서 의결권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작년 말 국민연금이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는 상장사만 해도 포스코(005490)와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등 7개다.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 등 80여개 기업에서는 2대 주주다. 최근 동아제약 분할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비중은 지난 2011년 7%에서 작년에는 17%로 늘었다.
문형표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아직 뚜렷하게 문제가 된 상황은 없지만, 의결권 행사는 양면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기금을 보호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입장에서만 제한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인 목적이나 가치 판단을 위한 의결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홍식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작년 11월 열린 한 세미나에서 “국민연금이 향후 대형주와 우량주 위주로 국내 주식 투자를 확대하면 대형 상장사 대부분 최대주주나 주요주주가 될 것”이라며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노출로 기관과 외국인의 선행매매, 개인의 추종매매가 나타나면서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1월 말 기준 14.7%로 최대 투자자다. 때문에 채권시장에서 액티브 운용을 확대하면 시장금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고,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약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는 2030년대에는 국민연금기금의 규모가 국내 채권시장의 70%, 주식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이 불안할 때는 ‘안전판’이 될 수도 있지만, 지배력이 지나치게 향상되면 오히려 금융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투자운용에서 경제적 파급효과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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