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02일자 4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미국 명문 예일대가 선정한 `2011년의 말 톱 10` 1위는 "우리는 99%다". 이처럼 지난해는 사회의 절대다수지만 정치·경제적으로 소수 집단에 종속돼 사는 99%의 분노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끓어 오른 한 해였다.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을 필두로 자본주의 심장부로 불리는 미국 월가의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 등을 통해 양극화와 불평등, 실업 등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구조적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이제 바야흐로 99%로 대변되는 보통사람들이 최소한의 자립과 자존을 유지할 수 있도록 1%의 특권층에 맞춰져 있는 현재의 정치·경제적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사회적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1년 벽두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아랍의 민주화 운동은 절대 강자에 맞선 평범한 사람들의 투쟁을 보여준 대표 사례. 지난해 지구촌을 휩쓴 `99%의 권리 되찾기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이른바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이 민주화 혁명은 튀니지의 청년 노점상 분신 사건을 계기로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급속히 확산됐다.
그간 대다수 아랍국가들이 강력한 왕정 또는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아랍인들과 민주화 혁명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였던 게 사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지배층의 착취와 수탈 속에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왔던 아랍인들은 뼛속 깊이 자유를 원하고 있었다.
이들의 끓어오른 자유 욕구는 죽음을 불사한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고, 이런 저항을 추호도 생각하지 못했던 독재자들은 잇달아 항복선언을 했다.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을 시작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이집트 대통령 등이 줄줄이 하야했다. 42년간 철권통치로 리비아를 장악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역시 8개월의 내전 끝에 반군의 손에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게다가 예멘의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이미 권좌에서 물러났거나 곧 퇴진할 것이 확실시된다. 아랍의 봄을 살짝 비켜간 바레인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정권 등도 불안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아랍의 봄은 1%의 극소수에 의해 지배됐던 아랍 사회의 대변혁을 이끌어 낸 것은 물론 뒤이어 있었던 월가 시위의 발생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수십 년간 독재의 대상에 머물렀던 이들이 주체로 나선 점이 인상적이다. 일각에서는 아랍의 봄을 지난 1991년 소련 붕괴에 비견할 정도의 역사적 변혁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등 다수 국가가 새 지도자를 뽑는 올 한 해도 전 세계에 격동이 예고된다. 아랍의 봄과 같이 정부와 국민 간의 극렬한 대립 가능성은 작지만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피로가 대선 결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흩어지면 약자에 불과하지만 뭉치면 상상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는 99%의 힘이 또 한 번 발휘될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