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기름값 인하? `내 코가 석자`

대규모 설비·운전자본 투자로 빚 부담 급증
재무구조·수익성 개선 두마리 토끼 잡아야
  • 등록 2009-02-10 오전 8:52:00

    수정 2009-02-10 오전 8:52:00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정유업체들이 가격 경쟁에 팔을 걷어붙이는 일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도화설비와 운전자본 투자에 대규모 현금을 쏟아부으면서 빚이 산더미처럼 쌓인 탓이다. 모두 정제마진으로 갚아나가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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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개선 불구 재무레버리지 확대 우려"

지난 6일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의 신용등급(Baa2)을 하향 검토한다고 밝혔다. 영업이익 개선에도 불구하고 악화된 재무 레버리지(leverage)의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다.

▲ 4대 정유회사의 주요 재무지표 변화. 2008년은 1~9월 기준. (자료: 한기평)
10일 한국기업평가 집계에 따르면, SK에너지(096770)의 잉여영업현금흐름(FCF)은 지난해 1~9월 동안 663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은 현금으로 운전자본 확대와 투자지출 증가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모자란 돈은 재무활동을 통해 충당했다. 9월 말 현재 총차입금은 8조702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2.3% 급증했다.(왼쪽 그래프)
 
다른 정유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GS칼텍스는 같은 기간 2조7820억원의 FCF 적자를 냈다. 3년 연속 부의 현금흐름을 지속했다. 차입금은 대폭 치솟았다.
 
에쓰오일은 상대적으로 설비투자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1~9월 운전자본 증가와 외환손실 등으로 3조108억원의 FCF 부족을 경험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조246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최근 수년 간 고도화시설과 운전자본 투자, 환차손 등으로 정유업체들의 재무부담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또 "비록 지난해 4분기부터는 유가하락에 힘입어 운전자본 투자 부담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정유업체들은 기존의 설비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등 방식으로 무거워진 재무부담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향후 12~18개월은 업황 나쁘다"
 
무디스는 SK에너지에 대한 보고서에서 "향후 12~18개월 동안은 정유업황이 부진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석유제품 수요는 감소하고, 영업과 재무 차원에서의 부담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국내 신평사 관계자도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이 좋지 않고, 재무구조의 빠른 개선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정유업체들은 내부 창출현금 안에서 투자비용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재무부담의 균형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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