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경부개발 축(軸)' 주변 아파트 값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해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지구가 들어서며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분당·용인·과천·수원·화성 지역 아파트 값이 연초 이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값, 6개월 새 1억원 이상 하락도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의 전체 아파트 값은 최근 1년간 1.62% 올랐다. 그러나 경기 과천과 용인 지역 아파트값은 각각 3.65%와 2.6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분당과 수원·화성 등 다른 지역도 작년보다 모두 1% 이상 떨어졌다.
◆갈수록 늘어나는 금융·세부담 '이중고'
2006년 가을, 최모(61)씨는 용인시 성복동 D아파트(267㎡)를 12억원에 샀다. 현재 시세는 9억~10억원대 초반. 그러나 최씨가 올해 부담해야 하는 보유세(550만원 정도)는 작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최씨는 "집값은 떨어지는데 세금만 오르는 아파트를 누가 사려고 하겠느냐"고 답답해했다.
이 지역 주민들을 더욱 힘겹게 하는 것은 갈수록 늘어나는 금융비용과 세금 부담이다. 2년 전 5%대 후반이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7%를 넘었다. 게다가 3년 전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은 이자에 원금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입주물량 폭탄이 가격 하락 견인
'경부개발 축' 주변 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의 원인을 전문가들은 공급에서 찾고 있다. 올 하반기 서울 잠실·반포 재건축 단지 등 강남에서만 3만여 가구가 입주를 예고하고 있는 데다 경기 판교·광교·송파 신도시 공급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규 분양 단지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로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되면서 기존 주택에 대한 수요자들의 시선을 더욱 싸늘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들 지역의 집값 하락세는 정부의 세제 및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대출과 세금에 대한 정부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대형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분당에 대한 수요가 되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뱅크' 신경희 연구원은 "중대형 아파트 중심으로 10% 이상 하락한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지만 가격보다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