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42년간 교편을 잡다 1999년 안양 호성초등학교장을 끝으로 정년 퇴직한 사상진(72)씨. 사씨는 퇴직 당시 ‘연금’ 대신 ‘일시불’을 선택해 목돈 2억원을 손에 쥐었다. “외환위기 직후라 연금이 곧 고갈된다는 소문이 돌았고, 아내가 ‘평생 쥐꼬리만한 월급만 갖다 줬는데, 죽기 전에 큰돈 한 번 만져보자’고 해 일시불을 선택했지요.”
정년퇴직으로 정기적인 수입원이 끊긴 사씨는 퇴직금으로 소형 아파트를 사 월세를 놓고, 조금 남은 돈은 은행예금에 넣어 이자로 생활비를 조달했다. 하지만 저금리로 이자수입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살림살이가 점점 힘들어 졌다. 고민하던 차에 친한 친구 하나가 주택임대 사업을 해보라고 권유했고, 사씨는 ‘바로 이거다’ 싶어 바로 행동에 옮겼다.
그는 살고 있던 아파트(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소형 임대아파트를 정리해, 서울 잠실본동 석촌호수 부근의, 막 짓고 있던 다가구 주택을 구입했다. 총 투자금 10여 억원 중 50%는 자기자금으로, 나머지 50%는 전세보증금을 받아 해결했다.
그가 구입한 다가구 주택은 19세대 5층짜리 건물. 꼭대기 한 층(44평)만 사씨 부부가 쓰고, 나머지는 모두 세(貰)를 놓고 있다. 가구수가 많아 관리가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신경쓸 일이 거의 없단다. 도둑 걱정은 보안시설 설치로 해결했고, 주차장·계단청소 등은 가구별로 월 1만5000~2만원씩 관리비를 받아 전문업체에 ‘아웃소싱’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다. 전기·수도·난방 시설은 가구별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주인이 일일이 챙길 필요가 없다. 유일한 걱정거리인 전세가격 하락은 ‘예비자금’ 비축으로 대비하고 있다.
현재 사씨의 월 임대소득은 약 200만원가량. 넉넉하진 않지만, 노부부 둘이 사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한 달에 30만원씩 적금도 붓고, 1년에 한 번 이상은 해외여행도 다닌다. 올해도 중국 상하이에 사는 아들(43·자동차부품제조업체 중국현지 공장장)네 집에 들렀다 유명 관광지인 황산에도 다녀 왔다. 사씨는 “연금 대신 일시불로 받은 다른 동료들은 자식들 사업자금 대고 하느라 빈털터리가 된 친구들이 많은데, 나는 그래도 성공한 편”이라며 “나름대로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해둬 죽을 때까지 큰 걱정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적 안정 덕분에 사씨는 활기찬 ‘2부(部) 인생’을 살고 있다. 사씨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부인(71)과 함께 석촌호수 주변을 산책한 뒤, 송파노인복지관으로 달려가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자격증까지 따서, 노인 전문 컴퓨터 강사가 되고 싶은 게 사씨의 꿈이다.
▲ 사상진(72)씨는 교직에서 정년퇴직한 뒤 가진 자산을 몽땅 털어 주택임대업에 투자함으로써 노년 생활비 걱정에서 해방됐다. 사씨가 부인 김춘강(71)씨와 함께 빌라형 임대주택 꼭대기층에 마련한 새 보금자리에서 화초를 가꾸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전기병기자 gibong@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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