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권사 투자의견비율 공시..亞기업에 "불똥"

  • 등록 2002-06-03 오전 9:31:41

    수정 2002-06-03 오전 9:31:41

[edaily 강종구기자] "작은 것도 죄가 되나요"

애널리스트들이 주식에 대해 매기는 투자등급이 기업규모에 따라 심각한 편중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 보도했다.

투자은행업무에 중요한 수익원을 제공하는 대기업의 경우 매도추천보다는 매수나 강력매수를 추천하는 예가 많고 투자은행업무에 별 영향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보유"나 "매도" 등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등급을 부여받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은행들이 내는 추천의견의 비율을 공시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이러한 편중현상은 더욱 심해질 공산이 커졌다.

이로인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기업규모가 비교적 작은 아시아기업들은 애널리스트들의 "면피용" 매도추천을 받는 "찬밥"으로 전락할 위험이 커졌다.

톰슨/퍼스트 콜에 따르면 일본과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시장의 3700개 이상 기업의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강력매수"의견을 받은 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은 10억달러, "매수"의견을 받은 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은 17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유"등급 기업들은 평균 시가총액이 7억200만달러였고 "시장수익률하회"는 2억7600만달러, "매도"의견을 받은 기업은 평균 2억200만달러로 매수의견을 받은 기업들과 현격한 차이를 나타냈다.

언뜻보면 증권사들이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착시현상에 다름아니다.

홍콩 인베스텍자산운용 펀드매니저 로버트 콜론은 "계속해서 최하수준의 투자등급을 받는 기업들 중에는 무역회사인 리앤펑(Li & Fung)이나 자동차제조업체인 존슨일렉트릭 같은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고 꼬집었다.

톰슨/퍼스트콜에 따르면 이 두 기업들은 모두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보유의견을 받았다. 시장에서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리앤펑이 30이상, 존슨일렉트릭이 40이상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어서 어찌보면 애널리스트들의 냉랭한 시각은 정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뒤집어 볼만한 또 하나의 힌트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들기업이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최근 회계년도 자료에 의하면 리앤펑은 2억5600만달러, 존슨일렉트릭은 7000만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갖고 있다. 현금이 많으면 자금조달을 위해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할 필요는 적어지게 마련이다. 당연히 증권발행을 위해 투자은행에 인수수수료를 줄 이유도 없어진다.

싱가포르 아버딘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 휴즈 영은 "대형주에 비해 소형주가 더 많은 매도추천을 받는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라며 "올해의 경우 중소형주들은 대형주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 SEC가 투자은행으로 하여금 추천의견 비율을 공시하도록 함에 따라 아시아기업들은 투자등급에 관한한 새로운 희생양이 될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휴즈 영은 "아시아시장에는 기업내용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기업들이 많다"며 "소규모 기업들은 대규모기업에 비해 투자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는 애널리스트들이 회사의 가치보다는 펀더멘탈상의 이유로 매도의견을 쉽게 낼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대기업들이 매수의견을 더 자주 받는 다른 이유도 있다. 크레딧 애그리콜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아야즈 이브라힘은 "대기업들의 경우 기업투명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애널리스트들이 안심하고 추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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