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최된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원안위 위원들은 지난 5년 동안 기술적 안전성을 검증한 SMART100 표준설계인가를 위한 심사내용을 보고받았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표준설계인가가 2012년 SMART 이후 두번째이고, 신규 노형(원자로의 형태)이라는 점을 들어 한번 더 보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두번째 보고가 이뤄지면 9~10월에는 원안위 회의에서 최종 인가를 받을 전망이어서 해외 수출에 청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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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오는 2026년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소비되는 전력이 2022년 대비 2.3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탄소중립을 이행하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도 달성해야 한다.
SMR은 기존 원전 대비 크기를 줄여 안전성을 높이고, 전기출력(300메가와트 일렉트릭(MWe)~400MWe)을 낮춘 중소형 원전으로 이같은 변화에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특히 부품(모듈)화와 자율운전기술 등을 적용해 가격을 낮춰 소규모 국가나 단지에 적합하다.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 부문 외에도 산업에 필요한 열 공급, 수송에 쓰이는 수소생산 등 다양한 에너지 이용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어 전 세계 각국의 관심이 뜨겁다.
SMR은 2030년대 초반에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예상돼 현재는 상용화 직전 단계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3.5세대(경수형 방식)에서는 선두권에 통하고, 4세대(비경수로 방식)에서는 선두그룹 보다 뒤떨어진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전 세계적으로는 3.5세대 원전으로 캐나다 오타리오 전력 회사가 추진하는 BWRX-300이 상용화에 근접해 있다. BWX-300은 미국 GE와 일본 히타치가 개발한 SMR로 연말께 건설 허가를 받아 2028년께 준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규제당국도 SMR 건설을 위해 롤스로이스가 개발한 SMR에 대한 총 3단계 심사 중 1단계를 마쳤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각국에서 2020년대 후반부터 2030년 초 SMR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2030년께 건설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던 4세대 원전까지 속도를 내면서, 새로운 전력원이 우리 실생활에 활용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SMART 2020년대 건설, i-SMR 2034년 첫호기 건설 기대
세계 시장도 우호적이다. 캐나다는 가격 변동이 심한 샌드오일 증유 대신에 SMR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와 미국은 원자력 등 에너지 측면에서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SMART100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각광을 받는 부품(모듈) 형식을 채택한 혁신형 모듈원전(i-SMR)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해 개발 중이다. i-SMR은 2028년 표준설계를 받고, 2034년 9월에 첫 호기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보다 더 발전한 개념인 4세대 원전은 뒤처졌지만 원자력연을 중심으로 나트륨 원전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4세대 원전의 경우 미국 대비 기술력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한국형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및 실증 프로그램(KDRP)’을 통해 차세대 원자로 설계 역량을 보유한 민간기업을 육성하고, 민·관 합동으로 기술개발부터 실증까지 지원하는 약 2조5000억원 규모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4세대 원전 공통기술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강한옥 원자력연 SMART개발단장은 “i-SMR도 SMART100의 중소형화, 경수형 방식 공통기술 등이 적용됐고, 그동안 개발 경험을 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i-SMR과 SMART100은 서로의 강점이 다른 만큼 빠른 설계와 건설, 인허가를 통해 세계 시장에 활용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