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사고 전문진료 그 한의원, 고농축 첩약이라더니[보온병]

1포당 단가 6700원이라던 한약, 실상은 300원
  • 등록 2024-03-16 오전 9:11:00

    수정 2024-03-16 오전 9:11:00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한방 첩약이라고 했는데, 모양은 정관장 에브리타임 같았어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급격히 늘어난 車보험 한방 청구에 조사해보니

A한의원은 ‘자동차사고’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한의원으로 입소문이 났다. 원장은 교통사고 환자가 방문하면 ‘정관장 에브리타임’과 같은 스틱 형태의 첩약을 처방했다. 1포당 단가가 약 6700원으로 세지만, 한의원에서 자동차 사고자를 위해 직접 제조한 고농축 첩약이라 자동차보험 혜택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원장의 말과 달리 해당 약은 사전에 미리 만들어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조엑스제’였다.

A한의원 원장의 거짓말은 국내 B보험회사의 ‘한방첩약 청구 유형 분석’ 덕분에 덜미가 잡혔다. 보험사는 한방진료비 중 가장 수가가 높은 한방첩약에 대한 허위청구 주제를 발굴하기 위해 ‘자동차 모바일 치료 사실 확인서’를 활용했다. 자동차보험 한방 청구 금액이 최근 급격하게 많아지자 허위청구 유형이 많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어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2015년 3600억원에서 2022년 1조5000억원으로 31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양방진료비는 12.5% 줄었다.

B보험사가 실제로 A한의원 환자들과 이야기해보니, 공통점이 발견됐다. 팔을 다치든, 다리를 다치든 상관없이 항상 같은 약을 처방받았고 청구 금액도 모두 같다는 점이었다. 또 A한의원에서 받은 첩약 형태가 시중에 파는 홍삼 스틱과 비슷했다고 입을 모았다.

값싼 대량 사전 조제약이 고가 첩약으로 둔갑

알고 보니 이는 한의원이 아닌 원외탕전실에서 대규모로 미리 만들어진 연조엑스제였다. A한의원 원장이 약 300원짜리 값싼 연조엑스제를 단가가 높은 다른 첩약으로 속여 보험금을 청구한 것이다. 탕제품인 한방첩약이나 한방 관련 의약품인 복합엑스는 한의과의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을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로 인정하고 있다. 보험 소비자가 보험사에 이들을 실 구입가로 청구를 하더라도 보험금이 나온다는 의미다.

그러나 모든 한약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한의원이 처방한 연조엑스는 비급여 항목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또 자동차보험 수가를 정하는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미리 조제한 첩약이나 혹은 복합엑스제로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 ‘한방 첩약’ 및 ‘한방 탕전료’로 보험 청구하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A한의원이 B보험사 한곳에서 챙긴 보험금은 약 2440만원으로 드러났다. 보험업계로 넓혀 보면, 약 750명의 환자에게서 1억5698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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