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어조는 강경하고 단호했다. 전날 중동 요르단에서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최소 40명이 부상을 입자, ‘보복’을 시사한 것이다. 당장 이란과의 전면전이라도 치를 듯한 그의 기세에 전 세계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다만 군사전문가들은 바이든이 당장 이란과의 전면전을 펼치는 등 직접적 보복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력한 보복을 천명한 만큼 기존보다 강경하게 대응은 하되,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수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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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이란과 전쟁 원치 않아”…공화 “직접 타격해야”
29일(현지시간) CNN방송,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했던 것처럼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복 대응의 성격이나 시기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으나 “여러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지속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과 달리 단발성 보복에 그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보복’ 발언 이후 미 정부 관계자들이 CNN에 출연해 “이라크나 시리아에서의 보복 대응보다 훨씬 강력할 것”이라고 강도 높은 논평을 한 데 이어 블링컨 장관이 여기에 동조하는 듯한 브리핑을 진행한 것이다.
미 정치권에선 이란을 직접 타격해 미군에 대한 공격을 영구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란 후원자들에게도 심각하고 상당한 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지금 (당장) 이란 내부의 중요 표적을 공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보복’ ‘강경 대응’이란 발언을 쓰면서도, 이란과의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우리는 또다른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이란 정권과 군사적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모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군인들과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테헤란의 지도자들이 적절하게 져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커비 조정관은 또 보복 대응과 확전 방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선 “쉬운 답이 없다. 대통령이 국가안보팀과 만나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적합한 시기에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무력충돌 가능성은 낮아”…유가도 안정적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란이나 동맹국들 역시 미국과 전쟁을 원치 않는 데다, 대선을 준비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이 유대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 방향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어서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이란과 전쟁시 잃을 것이 더 많다. 이란이 글로벌 원유·가스 물동량의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유가상승 등 인플레이션이 다시 한 번 세계 경제를 덮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정치적 부담이 크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국제유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시장이 미국과 이란 간 무력충돌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의 동맹인 유럽 국가들 역시 확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만으로도 국가안보에 충분히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에 거주 중인 반체제 이란 인사들의 테러 위험을 높일 수 있어서다.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으로 막대한 경제적 타격도 예상된다.
미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브라이언 카툴리스 선임연구원은 “미군이 반격하지 않거나 충분히 강력하게 공격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일이 계속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균형을 맞추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P도 “바이든 대통령은 상당히 위험한 정치적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