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사용 후 배터리 법제화’를 임기 내 첫 번째 중점 추진 과제로 꼽았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는 폐기물관리법상 ‘사업장 일반폐기물’로 분류된다. 전기차에서 분리한 사용 후 배터리는 셀 일부를 수리·교체한 뒤 자동차에 다시 탑재하거나(재제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용도 전환이 가능한 데도 폐기물로 일괄 관리돼 자원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비효율적이기까지 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현대차·현대글로비스 등이 참여하는 배터리얼라이언스는 지난 14일 ‘사용 후 배터리 통합 관리 체계’ 업계안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안을 처음으로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폐기물로 취급되는 사용 후 배터리를 산업 활동에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게 이번 건의의 핵심이다.
박 부회장은 “사용 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50년 60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라며 “이 산업을 이끌 기업들을 폐기물 처리 기업으로 정의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고 성장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 신산업을 이끄는 혁신 기업으로 브랜딩을 해야 좋은 기업들이 들어와 투자하고 전 세계 시장을 리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 부회장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 예산안이 원안대로 채택될 수 있도록 여야의 도움이 있길 희망한다”며 “실제 지원이 이뤄지면 5년에 걸쳐 약 3500명의 현장 인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배터리 아카데미에서는 대학 졸업 예정자뿐 아니라 다른 직업에서 배터리 분야로 이직을 희망하는 ‘전직자 대상 교육’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배터리 4대 특화 단지를 중심으로 지방대학과 함께 현장에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아카데미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배터리 아카데미와 별개로 대학 내에서 배터리 학과 추가 신설도 필요하다고 박 부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올해 9개의 배터리 학과가 신설됐고 3개 과가 배터리 학과로 변경됐지만 아직 대학 내에서의 인력 공급 체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대기업들의 배터리 계약학과는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은 인력 수급이 몹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특성화 대학원 지원 프로그램 등을 반도체 분야처럼 더 확대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끝으로 박 부회장은 국내 배터리 산업을 향한 격려와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국내 수요 기반이 없음에도 대한민국이 글로벌 배터리 선도 국가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의 투자와 노력이 배경이 됐기 때문”이라며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금탑산업훈장 수여를 검토하거나 적시에 규제를 완화하는 등 배터리 산업에 대한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