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효과’ 없는 컨테이너선 운임 시장…“공급 압력도 이어져”

SCFI 3주 연속 내림세…2분기 평균보다 밑돌아
수급 불균형 따른 약세 지속…공급 압박도 원인
‘운임 내림세·연료비 상승’ 선사 실적 하향 조정
  • 등록 2023-09-26 오전 8:00:00

    수정 2023-09-26 오전 8:00:00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전 세계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3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오고 있다. 해운업계의 전통적 성수기인 3분기에도 운임이 연중 최저점에 근접하면서 일각에선 해운 불황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공급 압력도 이어져 당분간 부진한 시황이 이어지리란 전망도 제기된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spot) 운임을 종합한 SCFI는 지난 22일 기준 911.71로 전주 대비 37.97포인트(1.96%) 내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6% 하락한 수치이자 올해 2분기 평균인 983.52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미주·유럽 등 주요 노선의 운임의 내림세도 이어지고 있다.

(자료=해운업계)
보통 해운업계의 전통적·계절적 성수기를 3분기로 본다는 점에서 이 같은 운임 흐름은 최근 부진한 해운 수요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 중추절(추석)을 앞둔 9월은 중국발(發) 컨테이너 수요 집중으로 선복 부족이 심화하는 시기이나 올해는 수요 부진으로 화물 적재율이 하락하면서 운임 역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선 수급 불균형에 따른 운임 약세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를 반등할 만한 뚜렷한 계기가 없다고 보고 있다. 중국 경기침체 영향으로 지난달 상하이항 컨테이너 처리량은 421만TEU(1TEU는 6m여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전년 동기 대비 0.8% 성장에 그친 데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더욱 악화하리란 전망도 우세하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이달 수요가 예상을 밑돌면서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해 운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JP모건의 설문에서도 중국 부동산 위기가 최악을 지났다고 응답한 비율이 26%를 밑도는 등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해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선사들이 호황기 때 발주한 신조 선박들이 인도되면서 공급 압력이 늘고 있다는 점도 운임 약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 해운 시장은 3분기 성수기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며 “장기적으로도 2023년 210만TEU, 2024년 260만TEU의 대규모 공급 압력도 이어져 당분간 큰 반등 없는 부진한 시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선사들로선 해운 시황 악화에 더해 매출 원가의 20~25%를 차지하는 연료비까지 올라 부진한 실적이 전망된다. 캐나다 선박유 가격 정보업체 십앤드벙커 조사 결과 지난 22일 기준 세계 주요 20개 항구에서의 초저유황선박유(VLSFO) 평균 가격은 각각 톤(t)당 677.5달러로 한 달 새 4.4% 올랐다. 같은 기간 고유황유(IFO380) 평균 가격도 t당 590.5달러로 1% 상승했다.

이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의 3분기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전망한 HMM의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추정 평균치)는 전년 동기보다 93% 감소한 18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 전망치 2308억원보다 20.7% 하향 조정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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