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반정부 시위로 사상자 속출..정부 "조준사격 허가"

시위대 26명 사살 등 50명 이상 사상
진압 군경서도 다수의 사상자 발생해
토카예프 대통령 "살인자와 협상 없다"
  • 등록 2022-01-08 오전 10:05:38

    수정 2022-01-08 오전 10:12:16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카자흐스탄에서 연료비 급등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최대 도시 알마티를 중심으로 엿새째 이어지면서 시위대 사상자가 50명을 넘어섰고, 진압 군경 가운데서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내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시위대를 ‘살인자’라 부르며, 군에 이들에 대한 경고 없는 조준사격을 허가하는 등 경 진압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7일(힌지시간) 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내무부(경찰) 공보실은 이날 오후 “현재까지 전국에서 3811명의 시위 참가자가 체포됐다”면서 “26명이 사살되고, 같은 수가 부상했다”고 밝혔다.

진압 군경 가운데서도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내무부는 전날 “질서 확보 과정에서 18명의 보안요원이 숨지고, 748명의 경찰과 국가근위대 소속 군인들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전날 새벽부터 시작된 군경의 시위대 무력진압 작전은 이날도 계속됐다.

타스 통신은 7일 오전 시내 공화국 광장에서 규칙적으로 들리던 총성이 저녁 무렵부터 상당히 줄어들었으나, 광장은 여전히 자동소총을 든 군인들이 장악하고 있고 군용트럭과 장갑차도 배치돼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광장과 주변 도로에는 간밤에 총격을 받은 자동차들이 버려져 있으며, 차 안에는 숨진 사람들이 있지만 여전히 수습되지 않고 있다고 참상을 전했다.

앞서 전날 저녁엔 알마티 현지 TV 방송사 취재팀이 시청으로 취재를 하러 가던 도중 정체불명의 총격을 받거나 알마티에서 멀지 않은 알마티주 주도 탈디코르간에서 복면을 한 수십명이 구치소를 공격하는 사건 등이 곳곳에서 발생해 여러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알마티와 수도 아스타나에서는 여전히 인터넷 접속이 거의 되지 않고 있고, 전화 통화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전화도 사실상 차단됐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살인자’로 지칭하면서 군에 이들에 대한 ‘조준사살’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영 TV로 방영된 대국민 담화에서는 “협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범죄자, 살인자들과 어떻게 협상을 한단 말인가”라며 “우리는 국내와 외국에서 온 무장하고 훈련받은 강도들과 마주하고 있다. 그들은 강도이고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테러 작전이 계속되고 있으며, 반군은 무기를 내려놓지 않고 범죄를 계속 저지르고 있거나 그럴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그들과의 싸움을 끝까지 밀고 가야 한다. 항복하지 않는 자는 제거될 것”이라고 단호함을 보였다.

6일(현지시간)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카자흐스탄의 한 공항에 도착해 군용기에서 내리고 있다(사진=AP/뉴시스)
한편 카자흐스탄 대통령 행정실은 자국 정부의 요청으로 투입되는 옛 소련국가 안보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 선발대가 임무 수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파견되는 병력 규모는 2500명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러시아 병력 1진이 지난 6일 현지에 도착해 작전에 착수했다.

CSTO 평화유지군에는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출신 군인들이 포함됐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CSTO 평화유지군의 카자흐스탄 파견에 대해 “이 군대는 짧은 기간 (안전) 보호와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에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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