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한 때 음악차트 정상을 다퉜던 걸그룹 스타들이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올라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섹시함과 귀여운 매력을 무차별 살포하며 뭇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걸그룹 스타들이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 뮤지컬 ‘시카고’에서 록시 하트 역을 맡은 티파니 영(사진=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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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출신의 티파니 영은 내달 2일부터 뮤지컬 ‘시카고’ 무대에 선다. 티파니 영은 오디션에서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록시 하트 역을 따냈다. 이 작품에서 록시 하트는 섹시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닌 욕망의 화신이다. 여배우들이 꼽는 ‘꿈의 배역’ 중 하나이지만, 높은 수준의 연기와 춤, 노래를 요구해 아무나 할 수 없는 역할이기도 하다. 티파니 영은 지난 2011년 ‘페임’에서 카르멘 디아즈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지 10년만에 이 역할을 따냈다. 티파니 영은 “항상 꿈꿔왔던 록시를 할 수 있게 돼 정말 영광이다”고 말했다.
에이핑크 정은지는 오는 20일 개막하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에 출연한다. 가수, 배우, 라디오 DJ 등으로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였던 정은지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은 ‘풀 하우스’(2014년) 이후 약 7년 만이다.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그레이트 코멧’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신작 뮤지컬. 이 작품에서 정은지는 전쟁에 출전한 약혼자를 그리워하는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스무 살 여인 ‘나타샤’로 분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연기자로 합격점을 받았던 정은지가 뮤지컬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주목된다.
지난달 26일부터 백암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연극 ‘스페셜 라이어’에는 걸그룹 출신 배우들이 무더기 출연한다. 브라운아이드걸스 나르샤, 애프터스쿨 이주연, EXID 박정화 등 셋은 당당한 매력이 돋보이는 커리어우먼 바바라 스미스 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달샤벳 배우희는 다중인격자 메리 스미스 역을 맡았다. 아직 연극 무대가 낯선 배우희와 박정화는 최근 열린 프레스콜에서 “걸그룹 출신 배우들이 한 작품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동지 같은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7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출연하는 ‘왕언니’ 나르샤가 아직 서툰 후배들을 독려하며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고 전해진다.
|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에서 나타샤 역으로 출연하는 정은지(사진=쇼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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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랜드 혜빈은 ‘관부연락선’을 통해 처음 연극 무대에 섰다. 일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관부연락선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혜빈은 밀항을 위해 배에 숨어 지내는 홍석주 역으로 출연 중이다. 또 러블리즈의 케이(Kei)는 오는 5월 1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하는 창작뮤지컬 ‘태양의 노래’에서 싱그러운 비주얼과 놀라운 가창력의 해나로 분해 관객들과 만난다.
1세대 걸그룹 핑클 출신의 옥주현이 뮤지컬배우로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는 가운데 노래와 춤, 끼를 검증받은 걸그룹 스타들의 연극, 뮤지컬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이 공연계 비주류로 여겨지는 남성들을 공연장으로 유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지난달 폐막한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의 경우 인기 여배우 박소담, 채수빈을 보려는 남성 팬들이 객석 1열을 채워 눈길을 끌었다. 공연계 관계자는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걸그룹 출신 스타들이 남성 관객들을 늘리고, 공연 시장을 키우는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