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생수업계에 따르면 물의 부드러운 정도인 경도는 물 속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으로 결정된다. 칼슘과 마그네슘에 각각 가중치를 둬 더한 값이 높을수록 경수에 가깝다.
한국수자원공사 기준으로 경도가 75㎎/ℓ 이하면 연수, 150㎎/ℓ 이상이면 경수로 구분한다. 이 때문에 중간 수준인 120㎎/ℓ를 통상 경수와 연수의 경계점으로 본다.
그동안 국내 생수시장에선 해외 브랜드를 제외하면 연수가 일반적이었다. 물맛이 강하지 않고 목 넘김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그 맛이 수돗물에 가까워 국내 소비자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생수 제품의 경도 최대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제주삼다수’ 24㎎/ℓ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8.0’ 81.8㎎/ℓ △농심 ‘백산수’ 35.5㎎/ℓ 등이다.
연수중에선 아이시스 8.0이 칼슘과 마그네슘 모두 함유량이 높은 편에 속한다. 수원지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칼슘은 11.8~22.5㎎/ℓ, 마그네슘은 0.2~6.2㎎/ℓ 함유돼 있다.
상위 브랜드가 모두 연수인 상황에서 오리온은 경수인 제주용암수로 생수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제주용암수는 타 제품들보다 칼슘 함유량(62㎎/ℓ)이 압도적으로 높아 경도가 192.1㎎/ℓ에 달한다.
칼슘에 비해 마그네슘 함유량은 9㎎/ℓ로 과도하게 높진 않다. 마그네슘의 경우 물속에 과도하게 녹아있을 경우 쓴맛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제주용암수를 마셔보면, 일반 생수보다 미네랄 함량이 높아 독특한 맛이 느껴진다. 연수보다 상대적으로 목 넘김이 묵직하고 물을 마신 뒤 숨을 들이마시면 약간의 뒷맛이 남는다. 물 온도가 높을수록 경수의 특징이 더 세밀하게 느껴진다.
시판 생수 중 경수의 대표주자인 프랑스 생수 브랜드인 ‘에비앙’은 경도가 307.12㎎/ℓ이기 때문에 연수와 맛 차이가 제주용암수보다 크다. 칼슘은 39~98㎎/ℓ, 마그네슘은 16~32㎎/ℓ 함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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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와 연수의 차이는 특히 커피나 차를 끓일 때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연수로 커피나 차를 끓여 마시면 좀 더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경수로 만들면 원두나 찻잎 고유의 쓰거나 단맛이 도드라진다.
오리온은 올해부터 경수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제주용암수는 지난 6월 온·오프라인 전 채널 판매를 개시한 이후 한달 만에 150만병 판매를 돌파했다. 오리온은 추후 대형마트, 이커머스 채널 등 온·오프라인 판매처를 지속 확대해 판매량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오리온이 운영하는 ‘마켓오네이처 카페’에선 제주용암수를 사용한 ‘미네랄 커피’를 출시했다.
생수업계 관계자는 “경수에 익숙한 유럽 소비자들과 달리 국내 소비자들은 연수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경수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소비자들의 입맛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