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시대... 어느 의약품이 뜨고 질까...

서동철 중앙대 약대 교수(의약업경제정책연구소 소장)
호흡기 치료제 주춤 vs 신경정신 및 비만 치료제 뜨고
전염병 백신,치료제 글로벌 제약산업 핵심축 부상
"포스트코로나시대 기존 제약사업 전면 재검토 절실"
  • 등록 2020-05-26 오전 5:38:16

    수정 2020-05-26 오전 5:38:16

[이데일리 류성 기자] “호흡기 질환과 관련한 치료제 분야에 사업 포토폴리오가 몰려있는 제약사의 경우 사업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반면 신경 정신질환 의약품이나 비만에서 비롯되는 각종 질환에 대한 치료제 분야는 사업을 대폭 강화해 나가는 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동철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사람들간 직접적 접촉을 자제하는 비대면, 언택트 사회 문화가 대세가 되면서 기존 제약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람간 접촉이 줄어들면서 사람간 전염으로 발생하는 각종 호흡기 질환이 감소하고, 대신 혼자 생활하면서 우울증, 비만등 질환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서교수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대비해 국내 제약업계는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할 시점”이라면서 “갈수록 글로벌하게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전염병으로 인해 기존 제약 산업구도가 전반적으로 크게 재편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에 안주하고 있어서는 위험할수 있다”고 강조했다.

25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 교수회관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서 교수는 “특히 그간 시장 파이가 크지 않아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았던 전염병 백신, 치료제 시장은 앞으로 글로벌 제약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이 분야에 무관한 의약품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온 제약사라도 전염병 백신, 치료제 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교수는 중앙대 의약업경제정책연구소 소장도 겸직하면서 정부의 의약품 정책 및 제약산업 발전방향등에 대한 연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중앙대로 부임하기 전에는 미국 럿커스 뉴저지주립대에서 국제약업경제정책 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클린턴 행정부에 약가정책등에 대한 자문을 맡기도 했다.

그는 전염병 백신, 치료제에 대한 기술적인 비교우위를 갖추지 못한 제약사의 경우 자체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이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존 제약사를 인수·합병(M&A)하거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효과적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전염병 백신, 치료제 시장이 급속하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문분야가 아니라는 이유로 새롭게 떠오르는 신시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서교수의 판단이다.

서교수는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있어 정부가 펼치고 있는 지원정책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처럼 코로나19 백신,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뛰어든 제약사 수십여곳에게 연구개발비를 골고루 나눠 지원해주는 정부정책은 정작 제대로 개발하려는 기업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하겠다는 기업의 신약후보물질을 엄격하게 평가해 제대로 할 만한 기업에만 정부지원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 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교수는 정부가 전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들어가는 연구개발비에 대해 100% 세제혜택을 기업에게 제공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교수는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부족한 해외 현지 직접 마케팅 노하우’를 꼽았다. 글로벌 제약사로 커가는 데 필수적인 신약개발 역량은 이제 국내 제약사들도 상당한 진척을 이뤘지만 신약을 직접 현지에서 마케팅 및 판매를 담당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서교수는 “아무리 뛰어난 신약을 개발할수 있는 역량을 갖춰도 해외 현지 마케팅 능력이 없으면 결국 중도에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으로 귀착될수 밖에 없다”면서 “글로벌 제약사로 자리하려면 무엇보다 신약의 상업화를 직접 관장해 신약개발의 성과를 오롯하게 차지할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약의 경우 기존에는 세상에 없던 약이기에 병·의원을 대상으로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직접 마케팅할수 있어야 시장 파이를 키워낼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 업체들이 현지 마케팅 역량을 확보하려면 초기에는 현지법인을 통해 라이선스 아웃을 한 글로벌 제약사들과 함께 신약의 공동 마케팅을 추진, 노하우를 배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동철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의약업경제정책연구소 소장). 중앙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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