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약자급 못하면 국가비상시 국민생명 위험”①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인터뷰
원료약품 자급률 26%,코로나 길어지면 약부족 불가피
원료약품 재고 2개월 어치, 하반기에 바닥나
항생제등 필수의약품 자급률 60%로 끌어올려야
정부 주도 민관펀드가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최선책
  • 등록 2020-05-18 오전 6:00:00

    수정 2020-05-18 오전 6:00:00

[이데일리 류성 기자] “코로나19 사태는 의약품의 자급이 중차대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사태로 국가간 교역이 중단될 경우 의약품을 제때 자급하지 못하는 나라의 국민은 생명과 건강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지난 13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국가 비상상황에서도 항생제와 같은 필수의약품은 자국내에서 원활하게 생산,공급할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 회장은 그러면서 코로나19 펜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 국내 자급률이 26.4%에 불과한 원료의약품 분야에서는 자칫 큰 문제로 비화될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마진이 낮은 원료의약품을 자체 생산하기보다 인도, 중국 등으로부터 저가제품을 수입해 쓰다보니 자급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원료의약품은 모든 의약품의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부족하게 되면 완제의약품까지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는 코로나19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지금처럼 단일 기업이 각자도생하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 회장은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는 산업계가 주도하고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의 개발전략이 효과적”이라며 “정부 주도의 펀드를 만들어 백신 및 치료제 등을 기업과 공동 개발하고 성공하면 이익을 공유하고 비축하는 체계의 구축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원 회장은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대한 정부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환영할만하다”면서 높게 평가했다. 그는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신종 감염병 백신개발 사업에 모두 2151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유례없는 파격적 정책을 제시했다”면서 “특히 개발에 성공한 백신에 대해 시장에서 경제성이나 상업성이 없더라도 정부가 충분한 양을 구매해 비축, 개발에 들인 노력이나 비용을 100% 보상키로 한 정부 결정은 고무적”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 사태로 제약바이오 산업계도 많이 위축됐는데 전반적 현황은.

△제약업계는 무엇보다 병원환자 방문감소에 따른 매출 타격, 원료수급 불안, 임상시험 등 연구개발 지연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딜로이트는 코로나19 사태로 병원 환자가 47% 감소하면서 의약품 매출이 최대 1조 8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여기에 다양한 형태의 사후관리 약가 인하가 단행되고, 신규 약제규제 정책이 도입될 예정이어서 업계의 충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모든 완제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이 낮아 문제라는데.

△코로나19 펜데믹과 같은 글로벌한 위기 상황에서는 국가간 교역이 제한돼 원료의약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고 있다. 원료의약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않거나 자체적으로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은 국가에서는 환자에게 필요한 완제의약품까지 적기에 제조, 공급을 할수 없게 된다. 현재 국내 제약 바이오기업들은 2~4개월 치 원료의약품 재고분을 확보하고 있어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하반기까지 지속되면 원료의약품 재고량이 바닥나면서 완제의약품을 만들수 없는 비상사태가 올것이다.

-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은.

국내 기업들이 수입하는 원료의약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은 34%, 인도는 10%에 달한다. 이들 나라의 상황이 악화되면 우리도 덩달아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원료의약품에 대한 자급률을 지금부터라도 높이려면 정부에서도 원료의약품 개발 원가를 고려한 약가정책 등 지원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제약바이오 부문 원부자재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구축도 정부가 나서 지원해야 한다.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을 최소한 6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위기상황시에도 적절하게 대처할수 있다. 원료의약품 자급은 쌀 못지않게 국민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의약품은 쌀못지 않게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있어 자급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방인권 기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전략은.


△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관련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개별기업 단위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감염병과 같은 국민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위협에 대해서는 산업계가 주도하고 국가가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의 공동 개발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특히 감염병의 경우 시장이 크지 않거나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도 감염병 대유행이 지난 후에는 의약품의 공공성과 별개로 기업에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한다.

개발에 성공한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등을 고스란히 폐기하게 되면 추후 유사 감염병 사례가 발생해도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주도해서 제약업체들과 함께 펀드를 만들어 민관이 공동으로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하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배경이다. 이 펀드를 통해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이익을 함께 나누는 체계를 정착시켜 갈수록 빈번해지는 전염병에 대비해야 한다.

-제약바이오 산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 현안은.

△정부는 제약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나친 약가인하 정책을 병행하면서 제약업체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부분 제약사가 낮은 약가로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다 보니 연구개발에 투입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안전성 등 의약품 품질에 대한 규제는 엄격해야 하지만 재정절감을 위한 약가 규제는 산업의 경쟁력과 기초체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강국 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제약 자국화 기반을 갖추고, 혁신 생태계에 뛰어들기 위한 합리적인 약가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산업계는 약가규제정책 도입 중단, 사후관리 약가 인하 1년 유예, 제약 자국화를 위한 지원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업계의 요구가 수용될 때 산업계는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앞당기고, 글로벌 시장 진출성과를 가시화할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계에 대한 연구개발 자금지원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부가 국내 제약산업의 연구개발(R&D) 분야에 지원하는 자금규모는 불과 3000억 가량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신약 1개를 개발하는 데 평균 1조~2조원 가량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규모가 얼마나 작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R&D 투자가 국책 연구소, 대학 등을 대상으로 기초, 원천기술 중심의 연구활동에 집중되어 있는 게 문제다.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에 지원하는 연구개발 예산은 1조 5500억원 수준인데, 이중 20% 가량만 산업계에 투자되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업화로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신약을 갖고 있는 제약사라도 중도에 기술수출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산업화 연계 프로젝트 방식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원 회장은…

△1954년 서울 출생 △서울대 약대 졸업 △강원대 약학박사 △동아제약 개발부 △서울 강남구약사회 회장 △제33대,34대 대한약사회 회장 △이화여대 약학대학 헬스커뮤니케이션연구원 원장 △제18대 국회의원 △제21대 한국제약협회 회장 △사단법인 희망나눔협의회 상임대표(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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