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총 600억원 규모, 자기자본 대비 28.4%에 해당하는 돈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차입 목적은 ‘타법인주식취득을 위한 자금 확보’, 즉 다른 회사의 주식을 사기 위해서 600억원이라는 큰 돈을 일정부분 이자를 부담하며 빠르게 마련했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쪽은 통상 원금에 대한 이자와 함께 담보를 요청합니다. 상대방이 돈을 갚지 않을 경우에 대신 팔 수 있는 유가증권, 부동산 등이 대상이죠. 금융기관의 경우 담보없이 돈을 빌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에이치엘비는 보유한 관계사 에이치엘비생명과학(067630)의 주식 870만주를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차입기간은 4월 10일부터 오는 7월 27일까지 약 3개월로 아주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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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회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보유중인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관련 사업의 확장이 주요한 목적입니다. 증자 금액의 60%에 해당하는 2360억원은 이 회사가 지난해 11월 편입한 자회사 엘레바와의 합병에 사용된다고 기재돼있습니다.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판매를 맡은 엘레바의 자회사 편입을 완료하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 추진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즉 ‘큰 일’을 앞두고 발을 넓히려 한다는 추측이 가능하죠.
에이치엘비의 최근 공시를 들여다보면 또다른 회사의 지분 취득도 결정했습니다. 바로 미국의 면역 치료제 개발업체 이뮤노믹 테라퓨틱스입니다. 에이치엘비는 이뮤노믹 테라퓨틱스 지분 38.16%를 약 360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유상증자로 큰 회사의 그림을 그렸고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업 확장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투자자들을 설득시킨 것인지, 주가도 큰 폭으로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공시가 나온 다음 날인 9일에는 전날에 비해 1.22%(1200원) 올랐고, 10일에는 소폭 떨어졌지만 증자를 결정한 시점보다 주가는 높은 상태입니다.
단순히 차입금이 늘었다고 해서 악재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영업활동을 하다보면 돈을 빌릴 수도, 갚을 수도 있는 상황이 많으니까요. 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 사업이 어떤 상태인지, 무엇때문에 돈을 빌린 것인지, 실제 기업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지 등입니다.
단기차입금 증가 공시나 타법인 주식취득 공시에선 회사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검색창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치면 나오는 사이트에서 상장사 이름을 넣고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떤 주식을 얼마에 살까 고민하기 전에 관심있는 기업이 밝히는 ‘공시’를 먼저 훑어본다면 승률이 조금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주린이들의 성투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