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모든 혜택을 고객에게 돌려 드릴 계획입니다. KB금융 거래를 많이 하면 알뜰폰 이용요금을 공짜로 쓸 수 있을 겁니다. ”
17일 서울 여의도 세우빌딩에서 만난 박형주 국민은행 디지털전략부장의 목소리는 한결 가볍고 힘이 넘쳤다. 이날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국민은행이 신청한 ‘알뜰폰 사업을 통한 금융·통신 융합’ 사업이 1호 혁신금융(규제 샌드박스) 서비스로 지정된 직후여서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동거동락한 실무 책임자다.
국민은행의 알뜰폰은 유심(USIM) 칩만 넣으면 공인인증서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등 복잡한 절차 없이도 은행과 통신 서비스를 한 번에 가입할 수 있는 혁신 서비스로, 금융업이 통신업을 하는 첫 사례다. 지금까지 정보통신(ICT) 업체가 주축이 돼 은행업에 뛰어들었다면 이제 국민은행이 통신영역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일단 주무부처인 금융당국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KB측이 “디지털금융을 제대로 하려면 통신망을 임차하는 게 필요하다. 오프라인에서 상가를 빌려 통신대리점을 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해도 금융당국은 “뜻은 잘 알겠다”면서 선뜻 허가를 내주지는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되자 “욕을 먹더라도 한번 도전해보자”라고 결정했고 결과적으로 최대 4년간의 사업기회를 얻은 것이다.
국민은행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통신비가 싼 알뜰폰에 금융할인을 더 넣어 소비자에게 혜택을 최대한 되돌려주는 게 핵심이다. 가령 국민은행 우수고객이나 KB카드나 손보 가입고객은 휴대폰 요금 할인을 더해주는 식이다. 요금제를 앞으로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공짜요금제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게 국민은행 내부의 생각이다. 주 타깃층은 모바일뱅킹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2030 청년층이다. 박 부장은 “국민은행이 어차피 통신사에 줘야 할 마케팅비용을 고객에게 돌리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넘어야할 걸림돌은 많다. 우선 소형 알뜰폰 업체를 포함해 통신권에서는 금융 공룡을 부담스러워 하는 시선이 있다. 2만명 안팎의 직원과 1000곳이 넘는 지점을 보유한 KB금융이 몰고 올 파급력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박 부장은 “통신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다”라며 “KB금융과 소비자는 물론 통신업계 모두 윈윈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