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사의 학대 의혹을 제기했다. 담임 A교사가 학생 지도과정에서 아이에게 욕설을 내뱉고 팔을 비튼 것도 모자라 아이의 몸에 스테이플러 심을 박았다는 것이다. 학부모는 A교사를 찾아가 항의했다. 하지만 A교사는 사실과 다른 학대 의혹을 SNS에 올려 명예를 훼손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고소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학부모도 A교사를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맞고소했다.
교육 현장에서 학부모와 교사 간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성적조작·시험지 유출 의혹, 학생 폭행, 성희롱·추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반면 교사들은 일부 교사의 일탈을 일반화한 학부모들의 불신과 간섭으로 오히려 교권이 침해당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과도한 교육열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험지 유출에 성추행까지…교사가 불신 자초”
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 건수는 총 508건이다. 전년(572건)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10년 전인 2007년 204건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2000년대에 들어 200건대를 유지했지만 2012년 335건이 접수되면서 처음으로 300건대를 넘겼다. 이후 △2014년 439건 △2015년 488건 △2016년 572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교권침해란 학부모·학생·교직원·제3자 등에 의해 교사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교권침해 건수가 늘고 있다는 점은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던 교사의 권위가 그만큼 추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고교생 자녀가 있다는 김모(47)씨는 “지난 1월 충남의 한 고교 교사가 특정 학생에게 시험지를 유출해 물의를 빚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무부장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나왔다”며 “교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험지까지 유출하는 상황에서 교사 말을 온전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중학생 자녀가 있다는 박모(44)씨는 “최근 광주에서 180여 명의 학생이 교사들로부터 성희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뉴스를 봤다”며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정말 믿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교사는 있어도 스승은 없다’ 스승의 날 폐지 청원도
반면 교사들은 학생부 작성 등 학생 관리에 대한 학부모 간섭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경남의 한 고3 담임교사인 김모(56)씨는 “과거와 달리 학생부 비중이 커지면서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학생부를 소신껏 꼼꼼히 기재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 일부 학부모들이 성적 조작이나 특정 학생 편애 등을 의심해 학생 관리에 간섭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정말 힘이 빠진다”며 “교육자로서의 소신은 사라진지 오래”라고 덧붙였다.
교권이 추락하면서 ‘스승의 날을 폐지해달라’는 교사들의 국민 청원마저 등장했다. 지난 4월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교사는 있어도 스승은 없다. 왜 이 조롱을 교사들이 받아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고 1만 3148명의 동의를 얻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오해나 갈등이 생겼을 때 학교차원에서 밟을 수 있는 공식 절차나 매뉴얼이 없다 보니 서로 불신하고 사적으로 만나 싸움을 하는 형국”이라며 “서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나 매뉴얼을 만드는 게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현장만큼은 전문가인 교사를 믿고 자녀에 대한 과잉 관심을 낮추는 학부모의 자세와 과도한 교육열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