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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영국에서 한 아이를 21살까지 기르는데 23만2000파운드(약 3억4000만원)가 들고 수도 런던의 경우 24만3000파운드가 든다고 집계했죠.
대학 등록금이나 학비 등을 고려하면 돈이 추가로 들고요. 자녀 3명을 낳아 기르면 10억원이 훌쩍 넘게 듭니다.
집값 상승과 인플레 대비 둔화된 임금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가처분 소득은 줄어들고 있죠.
런던만 놓고 보면 방 2개짜리 집을 사기 위해서는 평균 47만200파운드가 드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영국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소득을 집 마련에 쏟아 붓고 있고 것으로 나타납니다. 아이들을 키우는데 드는 비용, 집값 상승 등 가계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데 영향을 미치는 경제 상황 등으로 젊은 부모들은 아이를 적게 낳거나 아이 낳는 것을 미루고 있습니다. 1960년대 베이비붐 시대에는 여성 1명당 출산율이 3명이었지만 현재 영국 출산율은 1.8명으로 하락했죠.
영국에서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인 레졸루션 파운데이션은 최근 아버지 세대와 자식 세대의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영국인이든 25세가 되는 순간 1만파운드(약 1500만원)씩 줘야한다는 다소 급진적인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 싱크탱크의 ‘세대 간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밀레니얼 세대(1981~2000년 출생)가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5년 출생)보다 집을 소유하고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어렵고 연금 혜택이 줄어드는 것 등을 감안해 세대 간 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이 연구에 참여한 캐롤린 페어번 영국산업연맹(CBI) 사무총장은 아버지 세대는 자녀 세대가 더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자식 세대는 연로한 아버지 세대를 돌보는 세대 간 암묵적인 협약이 더 이상 영국에서 작동하지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젊은 세대들은 아버지 세대보다 삶에서 더 많은 리스크를 지고 있는 반면, 가지고 있는 자산은 아버지 세대보다 적다”며 “민주적인 부의 소유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에서 젊은 세대들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하기보다는 테이크아웃 커피나 한때 유행한 비싼 아보카도 토스트를 즐기는 등 현재를 즐기기 위해 돈을 헤프게 쓴다는 눈총을 종종 받았었는데요. 이번 연구 결과로 이같은 인식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001년 당시 25~34세 그룹은 당시 55~64세 그룹과 비슷한 수준의 소비를 했지만 현재 25~34세 그룹은 55~64세 그룹보다 약 15%나 더 적게 소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또한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30세가 됐을 때 집을 소유할 가능성이 절반에 그치고 집을 임대할 가능성은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지난 2003년 이후 영국에서 임대한 집에서 자녀를 키우는 가정은 3배나 늘어 180만 가구에 달합니다.
아버지 세대로부터 물려받는 재산이 자녀 세대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갈 수록 커지고, 같은 젊은 세대 안에서도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젊은 세대 간 임금 격차는 아버지 세대 간 임금 격차보다 더 커졌다”며 “상속받는 재산의 중요성이 커지고, 같은 젊은 세대 내에서도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회적 이동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5세 성인들에게 1만파운드씩 주기 위한 자금은 상속세를 수정해 마련하자고 레졸루션 파운데이션은 제안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국은 100만파운드 이상의 상속 부분에 대해서는 40%의 세금을 매기고 있는데, 이것을 모든 증여세에 20%의 세금을 물리는 것을 도입하거나, 상속세에 50만파운드까지 20%의 세금을 물리고 그 이상은 30%의 세금을 물리는 것으로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위원회는 1만파운드를 주면 젊은이들이 집을 구하거나, 교육을 받거나, 창업을 하거나, 아니면 연금저축 등에 활용하면서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안에 젊은이들은 크게 반기지는 않는 모습입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약 5만파운드의 학자대출금이 쌓이고 높은 임대료 수준을 감안하면 1만파운드가 실제 자산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