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실시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아니, 여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야권의 무참한 패배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변명의 여지조차 없어 보인다.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섰으나 선거전 막판까지 열세의 한계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사법처리로 인해 지리멸렬해진 야권의 현 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미 홍준표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지도부 개편이 불가피해진 마당이다. 정계개편 조짐도 감지된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의 패배 이유를 북한 핵문제로 돌릴 수도 있을 법하다.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이 겹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선거 이슈가 부각되지 못한 측면이 다분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일자리가 얼어붙고 물가가 치솟는 등 후유증이 이어지는 데도 문제점 부각에 실패하고 말았다. 노동·환경·교육·여성 정책에서도 논란은 분분하다. 그런데도 야권이 흐름을 살리지 못한 것은 근본적으로 유권자들의 믿음을 사지 못한 탓이다.
눈길을 보수와 진보의 대결 구도에 맞춰본다면 초점이 훨씬 간명해진다. 그동안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간주되던 부산·대구와 서울 강남지역에서조차 야당이 패배하거나 승리했더라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보수성향 후보들이 진보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유권자들이 보수 기득권층 위주의 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어지는 적폐척결 시도가 지나친 면이 없지 않지만 이 과정에서 지난 정권의 비리가 전 분야에 걸쳐 이뤄졌다는 사실도 명백히 드러났다. 그 업보를 받고 있는 셈이다.
여권이 대승을 거둠에 따라 문 대통령의 국정개혁 동력이 한결 탄력을 받게 됐다. 대북지원 문제에 있어서도 속력을 낼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이 일정 부분 보수 후보들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점에서 민의를 앞서나가는 정책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야당 후보들이 자기 표밭에서 괄시를 받는 현상이 지금 여당에도 적용될 소지는 충분하다. 승리를 얻었을 때야말로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