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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KTX 익산역에서 롯데몰 군산점까지 이동하는 동안 택시기사는 군산 지역의 여러 문제에 우려를 쏟아냈다. 최근 지역 경기가 급격히 침체했다고 걱정했다. ‘군산 경제를 살리겠다’는 6·13 지방 선거 포스터를 보며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특정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던 그의 입에서 갑자기 롯데몰 군산점 얘기가 툭 튀어나왔다.
오해와 달리 약 30분가량 달려 도착한 롯데몰은 정상영업 중이었다. 어떤 수도권 인근 점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느낌이었다.
◇군산 지역경제 곤두박질…롯데몰의 역할은?
군산은 ‘활력’이라는 단어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가동을 멈췄고, GM 군산공장도 최근 폐쇄하면서 도시 전체가 동력을 잃었다.
군산시청에 문의한 결과 모든 상황이 정상적이던 2013년에 비해 지난해 군산지역 수출액은 50억5200만달러에서 18억3000만달러로 64% 감소했다.같은 기간 체불액은 67억5800만원에서 150억800만원으로 122%나 증가했다. 군산지역 마트 매출은 2013년 2144억원에서 2017년 1743억원으로 19% 역 신장했다. 고용률도 56.5%에서 52.6%로 4%포인트 가까이 줄어들며 전국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군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 등장한 롯데몰에 대해 두 가지 시선을 보냈다.
우선 롯데몰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롯데 탓이 아니라, 어차피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들렸다.
고용 창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롯데몰 군산점은 상시 근무 인원 760명 중 85%인 600명 정도를 지역 주민으로 채용했다.
반면 롯데몰 군산점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군산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한 소상공인은 “가뜩이나 어려운데 롯데까지 들어와서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외부에서 사람이 오더라도 롯데몰만 들렀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낙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기존 소비층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어려움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과 합의 아직…17일까지 협상 결렬 시 3자 모두 ‘상처’
롯데몰 군산점은 소상공인·의류·어패럴 등 3개 협동조합의 사업조정 신청과 관련, 여전히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동조합 측은 소상공인 활성화를 위해 450억 원의 기금이 필요하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근거로 중기벤처기업부(중기부)에 개점을 3년 연기하든, 상생기금 조성을 위해 260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해달라며 사업조정신청을 했다.
양측은 현재 지원금액을 조율 중이다. 애초 언급됐던 260억 원의 10분의 1 수준에서 얘기가 오가고 있다는 게 협동조합 측 설명이다.
협동조합 측 관계자는 “돈을 지원해달라는 것처럼 오해들을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롯데몰 군산점이 3대 협동조합을 위해 지역 축제를 열거나 우리가 생산하는 물품을 사은품으로 구매하는 등 비용을 부담하는 형태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우 롯데몰 군산점 점장은 “3자가 노력해서 간극이 좁혀지고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조정신청을 자진철회 후 재신청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시간이 촉박한데다 최종권고안이 나오게 되면 금전적 보상을 받기 어려운 만큼 이번 지방 선거가 끝난 이후 다시 사업조정신청을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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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조정신청이 ‘이중규제’라고 보고 있다.
롯데몰은 이미 유통산업발전법상 상생합의에 따라 20억원의 상생기금을 전북신용보증재단에 기증, 총 100억원대의 상생펀드가 조성됐다. 소상공인들이 2%대의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이 펀드를 통해 현재까지 약 70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에 따라 또다시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고 유통업계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협동조합 측은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의류업 종사자들을 위한 조치가 미흡해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