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국제공항이 마약에 뚫린다면

  • 등록 2017-09-20 오전 6:00:00

    수정 2017-09-20 오전 6:00:00

인천국제공항이 이번에는 마약에 뚫렸다. 옷속에 숨겨 들여오는 소지품울 제대로 검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남경필 경기지사의 아들이 그런 경우라고 한다. 지난주 중국에서 귀국하면서 필로폰을 속옷 안에 숨겨 들여왔으나 적발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마약을 몸속에 지니고도 무사통과한 경우가 그동안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공항을 통해 하루 10만명도 넘게 입국하는 여행객들을 일일이 검색하기 어렵다는 세관 당국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인력도 모자라지만 모든 승객에 대해 X-Ray 검색과 이온스캐너 검사를 진행하다가는 줄지어 늘어선 입국자들의 따가운 원성을 들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개별 승객이 한 움큼 분량의 마약을 숨기고 입국한다면 여간해선 적발해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보안 문제가 마약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더 심각하다. 한국의 관문으로 최고 수준의 경계와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데도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환승 승객이 출입국 심사대의 감시가 허술한 틈을 노려 몰래 밀입국하는 사건이 벌어졌는가 하면 보호구역에 반입돼서는 안 되는 식칼, 문구용 칼 등 위해 물품이 반입된 사례도 없지 않다. 자칫 항공기 승객 인질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었던 경우다.

최근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연달아 테러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런던과 파리, 베를린, 브뤼셀, 바르셀로나 등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나들면서 민간인을 노린 테러사태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공항이나 항만의 출입국 관리가 허술해서는 우리도 테러를 피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사회적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우리는 내년 2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와 임원진, 관광객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비해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는 전신 보안검색대도 새로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계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담당 직원들이 방심해서는 제대로 검색이 이뤄질 수 없다. 이번과 같은 마약 밀반입 사건이 되풀이돼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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