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를 응원하는 방식은 기존 정치인 지지자들이 보여준 모습과 차이가 크다. ‘문빠’로도 불리는 팬덤은 문 대통령 관련 상품을 추종해 구매하고 일거수 일투족에 열광하는 등 아이돌 팬덤과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
최근 들어서는 문 대통령을 캐릭터화한 이미지를 부착해 판매하는 캐릭터상품인 이른바 ‘이니굿즈’까지 등장했다. 문 대통령 팬클럽에서 제작한 일부 굿즈는 판매와 동시에 매진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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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굿즈’ 열풍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부터 시작됐다. 문 대통령이 착용한 상품이나 그가 등장한 잡지가 일명 ‘문템(문재인 대통령이 착용한 아이템)’으로 불리며 불티나게 팔린 것이 시초다.
타임(TIME)지 아시아판은 5월호 표지 인물을 문 대통령으로 선정해 대선 기간 중 발행했다. 문재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해당 잡지 구매 열풍이 분 덕분에 5월호는 출간 직후 품절됐으며, 대선 전날 2차 판매에서는 4시간 만에 1만부가 완판됐다. 현재 누적 판매량은 4만 부를 넘어섰다.
문 대통령이 6년 넘게 착용한 안경도 인기다. 문 대통령이 애용해온 덴마크 린드버그사(社)의 ‘모르텐 안경’은 비교적 비싼 값(70만~80만원)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후 이니굿즈로 불리며 판매량이 두배나 늘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산 중소업체 안경테로 교체한 상태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마크맨을 맡았던 기자들과 함께 한 등산모임에 입고 나타난 주황색 등산복은 이미 단종됐던 제품이다. 제조사인 블랙야크는 판매 문의가 줄을 잇자 재판매 결정을 내렸다. 사전 구매예약 결과, 1시간만에 물량이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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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아이돌 그룹 팬클럽에서나 볼 수 있던 문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이모티콘과 컵, 스티커 등 굿즈까지 등장했다.
문 대통령의 다음 포털 팬카페인 ‘젠틀재인’에서는 회원들이 문 대통령의 캐릭터와 사진이 박힌 달력과 명함, 페이퍼토이 등 굿즈를 다음과 공동으로 제작해 판매 중이다. 문재인 달력은 당초 500부 이상 구매 예약이 있어야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1차 예약판매에서만 1만부가 몰렸다.
팬카페 관계자는 “굿즈 판매 수익은 스토리펀딩 등을 활용해 문 대통령이 공약을 통해 지원해주겠다고 밝힌 여러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후원금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별명인 ‘이니’와 ‘이모티콘’ 단어를 합성한 ‘이니티콘’ 역시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23일 문 대통령의 얼굴과 반려견·반려묘 사진 등이 박힌 ‘이니티콘’을 자체 제작해 문 대통령 공식 블로그에 올렸다.
‘이니굿즈’ 열풍은 정치 세대교체 반영
이같은 열기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업체마저 등장했다. 인터파크에서는 지난 달 26일부터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팬심(心)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인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것 다 해’란 문구가 적힌 텀블러와 차량용 스티커를 8900원에 판매 중이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소비하거나 문 대통령을 상징하는 상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반영해 아이디어를 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상업적인 이용에 대해 불쾌하는 반응도 나온다. 회사원 김모(27)씨는 “지지자들의 순수한 마음을 상술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며 “이 업체들이 문 대통령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이같은 굿즈를 판매해 영리를 취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열풍이 정치 역시 세대교체를 겪고 있음을 반영하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굿즈문화는 정치를 주름 잡는 핵심 계층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문 대통령 팬들 중 팬덤 문화에 익숙한 20~30대 계층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이들의 특정 정치인 지지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인이 지닌 이념에 대한 지지에서 벗어나 해당 정치인 자체를 하나의 취향으로서 지지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고, 취향을 드러내려는 과정에서 이니굿즈 열풍이 도래한 것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