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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해외에 나가려는 내국인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2월 비행기표를 사기 위해 쓴 신용카드 금액의 증가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국내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여행만 유독 급증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소비의 양극화 지적까지 나온다.
20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항공사’ 부문 개인 신용카드 사용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1% 증가했다. 항공사 부문은 개인이 국내외 비행기표를 사기 위해 쓴 돈을 말한다.
이 정도 증가율은 한은이 지난 2010년 12월 이 통계를 편제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40% 이상의 증가율도 이번이 처음이다. 비행기표 수요의 증가 국면이 추세적이라는 점도 관심을 둘 만하다. 그 증가율은 최근 4개월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마이너스(-) 증가율은 2015년 6월(-5.2%)이 마지막이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비용항공사(LCC) 노선이 확장되고 온라인 상품이 확대하는 등 여행 비용이 낮아졌다”(이성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는 설명도 있다.
다만 해외 쪽으로 소비가 쏠리는 현상도 감지된다. 실제 월 신용카드 사용액이 항공사 부문만큼 꾸준히 증가하는 분야를 찾기 어렵다.
예컨대 전자·통신제품판매 부문의 경우 최근 6개월째 증가율이 마이너스다. 2월 증감률은 -6.0%. 심지어 지난해 10월 이후 그 마이너스 폭은 4개월 연속 두자릿수에 달했다.
국산 신차의 경우 올해 들어 그 증감률이 47.2%(1월)→26.0%(2월)로 급증하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플러스와 마이너스 증감률을 오갈 정도로 소비가 들쭉날쭉 했다. 중고차 역시 1월 -9.8%, 2월 5.3%를 각각 기록했다.
그나마 여행사·렌터카 부문의 2월 증가율이 20.6%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역시 비행기표 수요에 비하면 추세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해외여행 급증이 소비 양극화의 단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소비는 위축돼 있지만 해외 소비는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어서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민간소비는 0.4% 증가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