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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갑 기자] 부동산 신탁시장이 커지면서 부동산 신탁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신탁업체 주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부동산 신탁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부가 토지신탁에 대한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인 것도 주가 하락의 악재로 작용했다. 토지신탁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경쟁 업체가 늘어나 부동산 신탁 시장의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부동산 신탁 전성기”라더니…힘 못 쓰는 부동산 신탁업체 주가
2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6월16일 4020원을 기록했던 한국토지신탁 주가는 전날 3155원에 마감했다. 두 달 새 21.5% 하락한 것이다. 한국토지신탁 주가는 지난 18일 장중 52주 신저가(305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한국자산신탁의 공모가는 1만300원이지만 주가는 8500원대에 있다. 부동산 신탁이란 부동산 소유자(위탁자)가 부동산 소유권을 신탁회사(수탁자)에 이전하면 신탁회사가 수수료를 받고 그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등을 수행하는 사업을 말한다.
지방 분양 시장침체와 토지신탁 규제완화 우려가 악재로
대신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가 가장 큰 악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방 분양 시장의 침체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본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방에서 아파트와 주택 매매 거래량(수요)은 줄고 입주물량(공급)은 늘고 있다”며 “수급이 꼬이면서 하반기 분양 시장이 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은 부동산 신탁업체에 악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신탁업체의 활동 무대는 주로 지방인데 지방 분양 시장의 침체로 부동산 신탁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부동산 신탁업체의 전방시장이 분양시장이라고 보고 있다”며 “따라서 분양시장 침체 얘기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 신탁업체 주가가 빠진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부동산 신탁업체와 분양시장 침체의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이는 시장의 오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초대형 IB에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를 허용한다는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발표한 것도 주가 하락의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채상욱 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이 하는 것은 토지신탁이고 부동산 담보신탁은 비토지신탁”이라며 “관련이 없는데도 초대형 IB가 부동산 담보신탁을 하게 되면 부동산 신탁업체의 파이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시장의 우려가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