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에 있는 성운파마코피아(대표 정인화·48)는 발효(균을 배양해 유용한 성분을 추출하는 것)기술을 경쟁력으로 바이오의약품, 화학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원료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설립한 제약사가 자국에 원료의약품 공장을 짓기 위해 파트너로 성운파마코피아를 먼저 찾아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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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 회사가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은 ‘인체공생미생물(Microbiome)’이다. 인체공생미생물은 우리 몸의 특정 장기에 서식하면서 특정 질병과 관련된 모든 미생물을 뜻한다. 몸무게의 5% 정도가 이런 미생물의 무게다. 체중 80㎏인 사람 몸 속에 4㎏정도의 미생물이 서식한다는 뜻이다. 백혈병으로 조혈모세포이식을 받는 환자에게 이식 전 항암제와 항생제를 쓰면 살이 빠지는데 몸 속 미생물이 모두 죽기 때문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인체공생미생물이 장내 유산균으로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다. 정인화 성운파마코피아 대표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유해균을 공격해 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낸다”며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을 비롯해 아토피와 천식 같은 면역질환, 우울증·치매·파킨슨병 같은 뇌질환 등 수 많인 질병이 특정 미생물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체공생미생물은 대부분 대장 속에 산다. 대장 속 대변에는 지금까지 4000종 이상의 미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콧구멍에는 900종 이상이, 입에는 800종 이상이, 치아에는 1300종 이상이, 질에는 300종 이상의 미생물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 대표는 “다보스포럼에서 인체공생미생물이 유망 기술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사의 우수한 미생물 발효기술력이라면 충분히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2014년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기존 원료의약품 생산만으로는 큰 폭의 성장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외국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정 대표는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인에게서 신종 40종을 포함해 200종 이상의 균주를 확보해 생식기 질환, 대사질환, 뇌질환과 관련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건양대병원과는 질내 미생물을 이용한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미생물을 안정적으로 배양하는 일은 성운파마코피아가 각각 맡았다.
정 대표가 가장 먼저 상용화를 준비하는 제품은 여성의 질 속 미생물이 포함된 거즈로 이르면 내년에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거즈를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의 팔에 붙이면 면역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 정 대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깜짝 놀랄만한 이메일을 받았다. 동물실험에서 인체공생미생물이 치매, 파킨슨병 같은 뇌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미생물만으로 현재 나와 있는 약만큼의 효과가 나왔다”며 “결과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 재실험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늦어도 2018년 내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130억원)과 올해 매출목표(284억원)만 보면 상장요건을 갖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 대표는 “기술특례상장제도를 이용하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본다”며 “미생물 발효분야에 있어서는 국내 최고 기술을 보유한 만큼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심사를 통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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