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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뭔가 있는 놈이야.” 연출가의 시선을 잡는 걸출한 신예는 존재감부터 남다르다. 서글서글한 성격에 훈남 외모만으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춤·노래 실력은 기본이고 깡(근성)·끼(재능)·꾀(지혜)가 뒤따라야 소위 ‘이 바닥’에 이름을 남긴다.
편식 심한 공연계에 오랜만에 깡·끼·꾀가 넘치는 신인배우가 등장했다. 하나도 아니고 셋이다. 경쟁률만 175대 1.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첫 오디션 한방에 주역을 꿰찬 무명배우들이다. 학교작품에 출연한 것이 필모그래피의 전부다. 그런데 갓 데뷔한 신인이라면 있을 법한 무대 울렁증도 없단다. 뮤지컬 ‘올슉업’의 최우혁(23)과 ‘페스트’의 박준희(22), ‘뉴시즈’의 강은일(21)이 그들이다.
왕용범 연출가는 이들을 두고 “신인인데도 눈빛에서 나오는 근성도 남다르다. 신인답지 않은 독기도 있더라.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저런 친구들이 잘될 재목”이라며 웃었다. 1분 1초가 아깝다는 이들을 여러 차례 전화와 서면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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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친구의 또 다른 면을 꺼내보고 싶었다. 열정적인 눈빛에서 엘비스의 어린시절을 느꼈다.” 뮤지컬 ‘올슉업’의 왕용범 연출이 본 최우혁 얘기다. 무려 1000대 1. 지난해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앙리 뒤프레’와 ‘괴물’ 1인2역을 꿰찬 최우혁이 ‘올슉업’(6월 17일부터 8월 2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으로 돌아온다. 이번이 두 번째 출연작인데 또 주인공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명곡으로 채우는 작품에서 최우혁은 가수 휘성과 그룹 인피니트의 김성규와 함께 ‘엘비스’를 번갈아 맡는다.
최우혁은 원래 권투선수였다. 고교 2년까지는 촉망받는 선수였지만 부상 뒤 연기로 전공을 바꿔 동국대 연극영화과 14학번으로 입학했다. 지금은 휴학 중. 21살에 처음 본 ‘잭더리퍼’에 매료돼 뮤지컬배우의 꿈을 키웠다. 그러곤 작년에 ‘프랑켄슈타인’으로 성공적인 데뷔무대를 치렀다. 유준상·한지상 등 기라성 같은 선배의 기에도 밀리지 않고 객석을 압도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오디션서 최고점수 받은 연습생 ‘박준희’
뮤지컬로 데뷔해서 가수로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될 듯싶다. 이른바 서태지뮤지컬로 불리는 ‘페스트’(7월 22일부터 9월 3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주역을 차지한 박준희(예명 준)는 가수지망생이었다.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뮤지컬로 먼저 데뷔하게 됐다. ‘페스트’를 마칠 때 즈음 남자가수 그룹으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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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캐스트 공연 끝낸 뒤 바로 차기작 ‘강은일’
벌써 팬이 생겼다. 데뷔한 지 고작 한달. 제작사 오디컴퍼니에 따르면 뮤지컬 ‘뉴시즈’(7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 공연이 끝난 뒤 강은일 배우를 기다리는 팬이 점점 늘고 있단다. 그런데도 강은일은 캐릭터를 잘 만난 덕이라며 “측은지심 역할이다. 모성애를 자극한다.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인물인데 그걸 좋게 봐주는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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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PD는 “우선 외형적으로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감정선도 좋고 연출진의 디렉션도 잘 소화하더라. 기존의 색깔이 없는 가능성 있는 신인이었다”면서 “정형화된 연기가 아닌 새로운 크러치를 만들어낸다”고 칭찬했다.
춤추는 게 좋았다는 강은일은 예고를 거쳐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 중이다. “네가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부모의 지원 덕에 기본기 탄탄한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 강은일은 “처음 본 오디션에서 합격해 부담이 컸다. 반면 욕심도 생기더라. 첫 데뷔작인데 나를 믿고 원캐스트로 뽑아준 것도 힘이 됐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귀띔했다.
벌써 차기작을 만났다. 여기에도 한방에 붙었다고 했다. ‘뉴시즈’와 비슷한 시기에 오디션을 본 ‘아이다’의 ‘메렙’ 역이다. 9월께 연습에 들어가 11월 공연 예정이다. “뮤지컬만 고집하기보다 다른 장르도 해보고 싶다. 여러 장르를 해낸 배우들의 자연스러움과 생동감이 좋더라. 동료가 믿을 수 있는 배우, 기분 좋게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