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시지가 상승세 좋아만 할 일인가

  • 등록 2015-02-26 오전 6:00:01

    수정 2015-02-26 오전 6:00:01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가 7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시자료에 따르면 전국 공시지가는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평균 4.1%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의 0.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침체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토지 가운데 대표성을 띤 50만 필지를 선정해 조사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추이를 파악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경제활동과 기업투자의 활성화로 인한 결과이기보다는 행정도시 이전과 지방 혁신도시 개발 등 각종 사업과 토지수요 증가에 따른 도식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청사가 들어선 세종시를 비롯해 공기업이 이전해간 나주나 울산 등의 땅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오히려 집값은 떨어지고 매매거래도 크게 감소한 가운데 땅값만 오름세를 보이는 기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집값과 땅값이 서로 엇박자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 국면을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기 마련이다. 지역 땅값의 상승이 균형발전에 기여한다고 해서 박수만 칠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망령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에서 다른 분야는 젖혀놓고 땅값만 오르는 현상도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땅값 상승은 주택 분양가와 시가 상승을 가져오고 이것은 다시 땅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내집마련의 소중한 꿈을 가진 일반 서민들에게는 악몽이나 마찬가지다.

경기는 가라앉는데도 불구하고 공시지가의 상승으로 양도세·보유세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만 오르게 되는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 경제의 내실을 기하기보다 기계적인 접근으로만 균형발전을 이룬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시지가의 상승 현상을 바라보며 박근혜 대통령이 제기한 ‘불어터진 국수론’을 다시금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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