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확보가 1순위
재테크 전문가들은 새해 들어 부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금융상품으로 현금화를 즉시 할 수 있는 초단기 금융상품이라고 전한다. 최근 토지보상금 20억원을 받은 자산가 A씨는 15억원을 은행채(1년물 7.64%)에 투자하고, 나머지 5억원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RP)에 넣어뒀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마포지점 부장은 "A씨처럼 주가가 확 빠졌을 때 들어가기 위해 자금을 대기시키는 고객들이 무척 많다"고 말했다. 또 "매수 타이밍은 주가지수가 아니라 건설사 퇴출 등 구조조정 문제가 지금보다 본격화하는 시점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초단기 금융상품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머니마켓펀드(MMF)가 올 들어 사상 최초로 잔액이 106조원을 넘어선 것도 바로 이 같은 뭉칫돈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ING 조사에서도 이 같은 현금확보 심리는 고스란히 나타났다. 올 1분기에 현금·예금 비중을 높이겠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9%로, 전 분기(33%)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 수치는 일본, 중국, 인도, 홍콩 등 다른 아시아 나라들의 고액 자산가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았다. 이에 대해 한병석 ING자산운용 팀장은 "금융위기가 아직 실물까지 전이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투자자가 많았다"며 "특히 한국은 다른 아시아 나라들보다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 현금 확보 관심이 유독 높게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불안할 땐 금(金)이 최고"
올 1분기에 금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한 큰손 투자자 비율은 26%로, 전 분기(8%) 대비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금에 대한 선호도는 해외펀드나 부동산, 주식 등과 비교하면 무척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ING측은 전 세계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시장에 막대한 돈을 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화폐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화폐에 대한 대안 투자 성격을 갖고 있는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이나 말레이시아, 인도 등 다른 아시아권 큰손들 역시 금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한편 해외펀드에 대한 관심은 전 분기 대비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특히 인도에 대한 애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올 1분기에 인도펀드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한 국내 큰손 비율은 7%에 그쳐, 전 분기(29%) 대비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반토막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중국펀드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다. 올 1분기 중국펀드에 투자하겠다는 의사가 있다고 답한 자산가는 35%로, 전 분기(33%)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국내 자산가들은 10명 중 7명꼴로 올 1분기에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올 1분기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투자자는 12%에 불과했다. 전 분기보다 주택시장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진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싱가포르, 호주, 홍콩 등 상당수 아시아 나라의 투자자들이 부동산 시장이 하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큰손은 1분기에 집값이 평균 6.3%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7.5%), 일본(-7%), 싱가포르(-6.8%) 등은 우리나라보다 주택시장 전망을 더 비관적으로 봤다.
다만 중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는 '주택시장 침체가 기회'라는 생각에서 은행 돈을 빌려서라도 주택 구입에 나설 계획이라고 답한 사람이 전 분기 대비 많게는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한국은 은행 돈을 빌려서 집을 사겠다는 응답자 비중이 전 분기 41.1%에서 22%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병석 팀장은 "지금은 금리가 많이 내렸지만 조사 당시(2007년 12월)만 해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무척 높았고 은행들 역시 대출에 인색했기 때문에 굳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은행 빚은 내지 않겠다는 심리가 퍼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