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략)부동산 대책 꺼꾸로 보기

  • 등록 2002-09-05 오전 8:49:48

    수정 2002-09-05 오전 8:49:48

[edaily 정명수기자] 물건 값이 치솟는다. 방법은 두 가지다. 물건을 더 만들거나, 물건을 사지 못하게 하거나. 부동산 대책도 두 가지 방법이 다 동원됐다. 신도시 건설, 세제 개편, 아파트 청약 제도 개선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나왔다. 그래서 오히려 신선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부동산 대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아파트 투기의 원인으로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을 지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맞는 말이다. 지금처럼 금리가 낮을 때 은행 대출을 받아서 집을 장만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실 그렇게 하라고 금리를 낮춘 측면도 있다.

문제는 집을 한채만 사는 것이 아니라, `몇몇 사람들`이 `특정지역`의 아파트를 `여러 채` 사서 시세를 끌어올렸다는데 있다. 정부는 공식적인 부동산 대책외에 은행들에게 아파트 담보 대출을 자제하도록 당부한 모양이다.

그러나 투기의 본질은 집을 여러 채 보유하려는 욕구에 있는 것이다. 지금이 내 집 장만하기에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대출을 받으려는데 그것마저 하지 말라고 하면 곤란하다.

물건을 쓸데 없이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한테 물건을 내놓도록 만들 생각은 않고, 무차별적으로 금리를 올리거나, 담보 대출을 하지 말라고 하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

투기 억제 대책을 역으로 접근해보자. 지금이야말로 아파트 담보 대출을 대폭 늘려야하지 않을까. 곧 신도시가 만들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주택 대출 수요는 장기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20년, 30년, 아니 50년짜리 초장기 주택 대출 상품을 만들어서 `실수요자`에게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투기적인 가수요`가 억제될 것이다.

투기꾼이 아닌, 정말 `자기가 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주택을 소유한다면 `투기`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장기대출 상품은 장기채 시장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모티브다. 미국식 모기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초장기 대출상품을 팔고 이것을 담보로 ABS를 발행하면 장기채 수급에도 도움이 된다.

장기투자기관들은 투자할 채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장기 주택대출 상품은 장기채 시장도 키우고 부동산 시장도 안정시키는, 두 마리 토기를 잡는 비책아닌 비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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