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반도체경기 회복지연...중고장비시장이 뜬다

  • 등록 2002-07-08 오전 9:16:44

    수정 2002-07-08 오전 9:16:44

[edaily 이진우기자] "새 것 못 팔면 중고라도 팔아야지" 최근 반도체장비 업체들이 중고 반도체장비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고 반도체 장비 사업은 미국, 일본 등지에서 사용되던 노후장비나 교체장비를 들여다 중국이나 대만 수요업체들의 입맛에 맞게 고쳐서(refurbishing) 파는 것으로 최근 국내 불황을 겪고 있는 반도체장비 업체들의 실적개선을 위한 대안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중고장비 사업이 부가가치가 높지는 않지만 매출규모를 늘리고 관련 장비에 대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어떤 업체들이 나서나=반도체설비 업체인 성도이엔지(37350)는 최근 중고 장비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로 하고 지난 5일 실리콘테크에 중고장비 3대(13억원)를 공급하는 등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중고장비 사업을 전담하는 사업부를 신설하고 올해 중고반도체장비 사업에서 최대 50억~1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전체 매출의 10~15%에 이르는 규모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아토(30530)도 올해부터 30여개 협력사와 공동으로 중고 장비 판매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사업확대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중고 장비를 이용한 플랜트 사업을 추진했던 넥소(nexso.com)는 올 초 일본과 대만의 소자업체에 450만달러 규모의 중고 반도체 장비로 구성된 생산라인 플랜트를 통째로 수출하는 등 의외로 짭짤한 성과도 얻고 있다. 이처럼 중고 반도체 장비 사업이 각광받기 시작한 배경에는 최근의 시장 흐름과 국내 반도체 장비산업의 특성이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중고시장이 뜨는 이유는=중고반도체장비 사업은 장비업체의 입장에서 볼 때 주력사업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 증설이 PC경기 회복 지연과 맞물려 계속 늦춰지고 있다는 점이 반도체 장비업체들을 "부업전선"으로 내몰고 있다. 또 미국시장보다 중국시장의 PC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중고장비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중고장비의 주요 판매처인 대만, 중국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들이 설비투자에 먼저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영업매니저는 "고가장비를 모두 신규로 구매하기에는 현지업체의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리에 강한 중국 반도체 업계들은 굳이 저급공정 장비를 새것으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예상했던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규모를 줄이면서 도입이 급한 장비를 중고장비로 대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도 중고장비 시장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투자계획을 당초 18억달러에서 8억달러로 줄인 중국의 화샤반도체의 고위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남아도는 중고 설비들을 도입해서 라인을 구축할 경우 첫 생산이 시작되는 2004년 활황기에 대비한 설비 증설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반도체 업계의 극심한 불황으로 인한 폐업이나 업종 전환으로 중고장비 공급이 늘고 있는 점도 중고장비 구입을 유인하기도 한다. 이같은 중고장비 시장에 대해 외국의 장비 업체들도 눈독을 들이기는 마찬가지다. 유럽 노광장비업체인 ASML은 지난해 말부터 아시아 지역 고객사에 이미 공급한 장비를 역구매해 이를 중국업체들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판매하는 등 현지화 전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도시바, 수미쇼리스 등 일본과 대만의 20여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중고 반도체 제조장비 구매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는 통합 웹사이트를 여는 등 중고장비 시장에 대한 비중을 늘리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중고 반도체장비 시장에 적합한 "게릴라형"이라는 점도 중고장비 시장으로 쉽게 눈길을 돌릴 수 있는 요소가 되고 있다. 중고장비들이 자동차처럼 중고품을 사서 바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요업체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중고 장비를 중국업체가 사서 쓰더라도 국내업체의 손을 거쳐가도록 하고 있다. 대개 중고 반도체장비는 리스 업체들이 리스기간 종료 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거나 인텔, 히다치 등 대형 업체들이 라인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필요가 줄어든 장비들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형성된다. 그러나 이 장비들을 가져다 쓰기 위해서는 수요자의 설비와 환경에 맞게 리모델링 하는 작업이 필수적인데 한국만큼 다양한 분야의 장비를 저렴하고 신속하게 개조할 수 있는 업체들이 모여 있는 곳은 드물다는 것이다. 성도이엔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장비업체들이 외산 제품의 수입대행과 설비 보수 등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비교적 고가의 최신장비가 요구되는 D램산업의 주변에서 소모품이나 주변장치를 개발하면서 성장해온 것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응용력이 필요한 중고장비 개조에 강점을 갖게 된 배경"이라고 풀이했다. ◇시장 대형화위해 체계적, 전략적 접근 필요=그러나 업계에서는 중고장비를 거래하는 통합된 시장이 없고 수요처에 대한 정보도 제한되어 있어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확보한 네트워크를 통해 영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애로점으로 꼽고 있다. 게다가 매출중 중고제품 비중이 많은 것이 밖으로 알려져 좋을 게 없다는 장비업체들의 계산과 자사 생산라인이 중고품으로 구성됐다는 걸 밝히기 싫어하는 구매업체들의 입장이 일치해 시장규모나 거래상황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중고 장비 사업이 궁극적으로 장비업계의 제살 깎아먹기가 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충고하기도 한다. 그리고 중고장비의 리모델링 작업도 한 회사가 아닌 여러회사에서 분야별로 맡아서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 장비에 손을 대는 모든 회사들의 매출로 잡히게 되고 이에따라 실속은 별로 없이 매출 실적만 부풀려지는 부작용도 생긴다. 올해 중고 반도체 장비 시장은 일본의 경우 약 2000억원, 미국시장은 약 2조원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중국시장은 그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고 업그레이드 주기가 짧아질수록 중고장비 시장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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