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정명수기자] 채권이 없다. 채권이 없으니까 자꾸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금리스왑(IRS) 시장에서는 보험사들까지 리시브(receive: 채권 매수 효과, 고정금리 수취)를 하겠다고 나선 모양이다. 캐리(carry)를 얻을 수 있는 채권이 없으니까 IRS라도 리시브하겠다는 것일까.
본드-스왑 스프레드는 역사상(?) 유래없이 좁은 상태다. 스왑 커브의 단기쪽에서만 나타나던 스프레드 축소가 5년 이상 장기쪽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9일 현재 5년 스왑 스프레드는 9bp, 3년 스왑 스프레드는 6bp, 1,2년 스왑 스프레드는 -8bp, -9bp다. 연초 스왑 스프레드가 40~50bp였던 것을 감안하면 경이적인 현상이다.(마켓플러스 본드차트 참조)
듀얼FRN과 인버스FRN이 다시 발행되고 있는데 이것도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의 `듀레이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한 일 하나 더. 우리 채권시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형기관의 펀드매니저들은 `최근 정해진 만큼 채권을 사지 못한` 사유서를 썼다고 한다. 채권을 사고 싶어도 입맛에 맞는(?) 채권이 없으니 미적미적하다가 목표량을 채우지 못한 것 같다.
재경부가 발표한 6월 국채 발행 계획을 보면 국고3년이 4000억원, 국고10년이 5000억원, 외평5년이 5000억원이다. 통안채가 한 번 나올 때마다 1조~1조5000억원 씩 발행되는 것을 생각하면 다음달 국채 발행량이 적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다음달 국채 만기가 202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숫자 상으로는 1조원이상 순증발행이다.
시장에 물건이 없으면 물건 값이 오른다. 그러나 다른 한편 물건 값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징후들도 있다.
1분기 GDP 성장률이 그랬고, 4월 산업활동이 그랬다. 5월 물가도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달러/원 환율은 춤을 추고, 정책당국은 연일 "당국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승 한은 총재는 "최근 환율은 현재의 우리 경제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일뿐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환율 하락 속도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정부와는 약간 다른 코멘트다.
펀더멘털은 채권시장에 별로 유리한 것이 없는데 시장참가자들은 채권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채권이 없는, `이상한 채권시장의 앨리스`는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