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미·중 무역전쟁, 어부지리는 없다

美 대선 앞두고 中 의존도 낮추기 '확전'
전기차·태양광 등 韓기업 어부지리 기대
대미 수출 막힌 中 제삼국 강화 나설듯
어디서든 승부할 수 있는 경쟁력 갖춰야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 등록 2024-05-29 오전 6:15:00

    수정 2024-05-29 오전 6:15:00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바이든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폭탄 관세를 부과하기로 함에 따라 미·중 무역분쟁은 무역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그동안 관세보다는 수출 통제를 통해 중국을 견제해 왔다. 그러나 대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트럼프 정부가 사용했던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반도체 통제 강화를 전기차나 배터리, 태양광 등 첨단 제조업과 바이오산업으로 확장, 본격적으로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중국산 전기차 수입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하고 반도체와 태양전지는 50%, 철강·알루미늄과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 7.5%에서 25%, 무관세이던 천연 흑연 및 영구자석은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바이오산업에서도 무관세이던 중국산 주사기 및 바늘에 대해 50%, 의료 및 수술용 고무장갑, 마스크 등 개인 보호 장비 등에 대해 25%로 관세를 인상하기로 했다.

바이든 정부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전환했다고 하지만 실제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중국 기업은 대미 수출 제약 속에 베트남, 멕시코 등 제삼국을 통한 우회 수출을 늘리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멕시코에 대한 투자 확대가 두드러진다.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발표한 후 중국 기업의 대(對)한국 전기차 배터리 투자가 확대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보복은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은 오랜 기간 인플레이션에 시달려야 했으며, 바이든 정부는 일반 국민의 생필품에 대한 관세를 다시 낮추기도 했다.

한국 기업이 어부지리를 얻으리란 기대감이 나온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전기차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경쟁 우위를 점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다는 점을 들어 별다른 영향 없는 상징적 조치에 그칠 것이란 평가도 있다. 그러나 당장 한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이 상승한다기보다 세계 각국에서 승승장구하는 중국산 전기차가 향후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와 태양광 산업도 한국 기업이 상당히 유리한 국면을 확보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여 중국 기업이 범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도록 지원해왔다. 그런데 중국산 범용 반도체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태양광 산업 역시 한국 기업은 보조금이 투입된 중국산에 밀려 한국 시장에서조차 입지가 약화했었다. 한국 정부는 전 정부와 현 정부 모두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함으로써 태양광 패널 생산비용을 높이기도 했다. 한국 태양광 기업이 미국 시장 사업 확장으로 전환점을 마련하려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를 마냥 반길 순 없다. 중국 전기차 부품이나 광물에 대한 관세 인상은 오히려 한국 기업에 전반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은 중국산 부품과 광물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핵심광물의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국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전기차나 전기차 배터리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은 제삼국에서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은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해 우회 수출을 강화할 것이고, 미국 정부는 우회 수출마저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 기업은 결국 유럽이나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밀어내기 수출’을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시장과 여타 해외시장을 전반적으로 고려한다면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한 한국 기업의 어부지리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한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 어디서든 승부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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