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채권 시장 한 전문가는 내년 시장에서 리스크가 될만한 요인에 대해서 묻자 단박에 부동산 PF라는 답을 내놨다. 지금은 수면 밑으로 들어가있지만 내년 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을만한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이 발생한지 1년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는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신용평가사 신용등급 정기평가 기간을 맞아 부동산 PF 관련 우려가 높은 증권사·캐피탈사·건설사 등이 줄줄이 등급 강등되거나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2일 기준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 등 국내 신평사 3곳이 최근 한 달간 채권의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을 낮춘 기업 수는 총 14개사다. 이중 상당수가 부동산 PF 관련 위험도가 높은 증권·캐피탈 등 금융사와 건설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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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올투자증권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한기평은 현재 ‘A’인 신용등급은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현재 상황에서 뚜렷한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향후 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번 등급 전망 하향에는 역시 부동산 PF 관련 건전성 부담도 크게 자리했다. 다올투자증권의 9월말 기준 우발채무(유동화증권 매입 및 확약실행분 포함) 규모는 5554억원(자기 자본 대비 74.4%),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 및 기업여신 규모는 4829억원(자기자본 대비 64.7%)에 이른다. 특히 중 · 후순위 비중(90% 이상)과 브릿지론 비중(30% 내외)을 감안할 때 질적위험도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살얼음판 분위기와는 다르게 크레딧 시장은 다가올 연초효과를 잔뜩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12월 들어서 회사채 AA-등급(무보증 3년) 금리는 4.1%대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채와 국고채간 금리 차이를 말하는 크레딧 스프레드는 전날 기준 72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금리 인상 기조는 멈췄다지만 당분간 고금리는 지속될 것이고, 부동산 회복 시장은 요원하다. 정부가 채안펀드 운용을 1년 더 연장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레고랜드 사태 역시 생각도 못했던 사건이 도화선이 돼 전체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으로 이어졌다.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 아주 작은 사건도 큰 파도로 번질 수 있다. 금리 인하 분위기에 취해서 긴장을 풀기에는 아직 이르다. 부동산 PF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