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쓰고 태권도하는 요르단 여성들[공관에서 온 편지]

요르단 대사배 태권도대회에 이례적 관중
히잡쓴 여성 선수들 모습도 눈에띄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요르단 곳곳에 목격
인프라 구축, 난민 지원 등 요르단 지원 이어갈 것
김동기 주요르단 대사
  • 등록 2023-10-06 오전 6:30:00

    수정 2023-10-06 오전 7:29:42

8월 요르단 암만의 한 실내 경기장. ‘요르단 대사배 태권도 대회’ 및 ‘국기원 초청 시범공연’을 보기 위해 1500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겨루기 대회와 시리아 난민 여자 청소년팀의 시범, 국기원의 고난도 시범공연을 보며 함성과 박수로 뜨겁게 반응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태권도 선수인 아부 가우시(Abu Ghoush)가 요르단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요르단 태권도 수련자들이 크게 늘어났고 대중적 인기도 치솟았는데, 이를 직접 실감한 계기였다.

한국과 8000km나 떨어져 있는 무슬림 아랍국가 요르단에서 왜 태권도가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 것일까. 특히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외출시 착용하는 베일의 일종)으로 머리를 가린 채 태권도복을 입은 여자 선수들의 모습은 반가우면서도 낯설다. 여러 이야기가 있겠지만 태권도가 강조하는 정신, 즉 훈련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고 나아가 이웃과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예절과 공동체 정신이 이들에게 울림과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문화가 다른 문화권에도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아시아 대륙 끝에서 시작된 K-팝, K-드라마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요르단 사람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지난 7월 우리 대사관이 개최한 K-팝 행사에 500석의 좌석이 부족할 만큼 관객이 모여 행사를 즐겼다. 9월 같은 곳에서 열린 한국 드라마 OST 클래식 공연에도 많은 이들이 좌석을 찾지 못해 발길을 돌릴 정도였다.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코트라 암만사무소와 함께 개최한 한국식품 홍보전에도 드라마에서 본 음식을 직접 맛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렸다.

이렇게 한국 문화에 대한 엄청난 열기는 우리 문화 상품의 질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에게 환경의 차이를 뛰어넘는 공통된 문화적 감성이 있고, 한국 문화가 이를 잘 구현하는 것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본다. 요르단 뉴스의 아미나(Amina) 기자는 한국 역사와 문화에는 다양성과 역동성이 있으면서도 모든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조화로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상이함 속에도 존재하는 보편적 감정의 선을 따라 문화를 공유하듯이, 다양한 문화간 차이 속에서도 인간의 보편적 삶의 궤적이 축적해 놓은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것이 이타적으로 널리 확장되면 인류애가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한국 문화를 전 세계인과 함께 즐기면서 동시에 보편적 가치를 기초로 한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요르단에서도 이러한 인류애를 바탕으로 인프라 구축과 난민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는 요르단의 우선 과제인 물 부족, 교육 문제와 관련해 노후 상수도 관망 개선, 직업기술 교육 강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요르단 내 팔레스타인 및 시리아 난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이는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당연한 책무일 것이다.

인간의 공통된 감성에 기반한 문화 공유,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가치 외교의 필요성을 현장에서 체험하며 앞으로 우리 외교가 나아갈 길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태연, '깜찍' 좀비
  • ‘아파트’ 로제 귀국
  • "여자가 만만해?" 무슨 일
  • 여신의 등장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